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9일 방미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통상·안보 전반을 패키지로 협의하자고 미측에 제안했다”면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논의 대상 중의 하나”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25% 서한 발송에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연간 100억 달러 발언 등으로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통상·안보 패키지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전작권을 카드로 쓰는 것은 자칫 논의가 엉뚱하게 ‘자주냐 동맹이냐’ 하는 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패키지딜의 취지를 벗어나 안보의 정치화를 재촉할 수 있어 최대한 경계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 때 논의가 시작됐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2012년 전환은 연기됐고, 박근혜 정부 때이던 2014년 한미 양측이 ‘조건에 기초한 전환’에 합의한 게 그간의 과정이다. 그 사이 북핵은 더 고도화했고, 대남 핵 위협은 더 커졌다.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통상·안보 패키지딜의 한 부분으로 가볍게 처리할 사안이 전혀 아니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 구조조정 차원에서 장성 수를 줄이면서 주한미군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 밑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윤곽은 8월쯤 나올 새 국방전략서(NDS)에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사시 주한미군의 즉각 대응에 문제가 생긴다. 가뜩이나 주한미군 감축 및 위상 축소 시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요구하면 미국은 반길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작권 전환은 필요한 일이지만, 한미 군 당국이 엄정한 조건 검토 속에서 진행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정치적으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미측이 전작권 이양을 먼저 꺼낼 경우, 한국은 반대급부로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한 자체 핵 역량 확보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보 위기를 자초하는 자책골이 된다. 노무현 정부처럼 용산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먼저 꺼내 이전 비용을 우리가 몽땅 부담한 실책을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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