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국회 인사청문회는 본질적으로 대통령제 국가에서 주로 활용되는 제도이다. 반면, 내각제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청문회 제도가 없다. 이는 내각제에서의 장관직은 대개 국회의원이 겸임하며, 이들은 이미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검증을 거쳤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는 장관 겸직 의원의 비율이 44%를 웃돈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서는 대개 국회의원이 아닌 인사가 장관으로 임명되므로 별도의 검증 절차가 필수이며 그 역할을 청문회가 수행한다. 여기서 핵심은, 청문회가 국민에게 공직 후보자의 공직 적합성을 판단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청문회의 본래 취지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야당은 청문회를 정국 주도권 회복의 기회로 여기고, 여당은 이에 대응해 방어에만 몰두하며 사전 ‘방탄’을 구축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접근 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청문회는 국민의 관점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장(場)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공직자로서의 직업윤리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최근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도덕성과 윤리 또한 공직자의 중요한 능력으로 본다면, 이러한 주장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더구나 이번 사례를 포함해 언론이 공직 후보자 관련 의혹을 먼저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문제 제기는 언론이 하고 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한다면 이는 결국 밀실 야합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게 된다. 그러므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번 주(14∼18일)는 16명의 장관 후보자와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는 이른바 ‘청문회 슈퍼위크’이다. 이번 청문회의 특징은, 청문 대상자들이 흥미로운 공통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언론에 의해 의혹이 제기되면, 이들은 한결같이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고 말한다는 게 그것이다. 청문회가 국민을 위한 자리임을 알고 있다면 언론의 의혹 제기에 즉각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언론은 국민을 대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청문회 날만 버티면 장관직에 오를 수 있다는 안일한 확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해당 후보자들을 지명 철회해야 마땅하다. 공직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다면, 공직 수행에 필요한 윤리의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논문 관련 의혹’이나 ‘n잡러 의혹’ 등 다양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의혹이 청문회에서 해소됐다는 식의 ‘자기중심적 여론 해석’을 내놓는다면, 여론은 급격히 부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청문회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운영이 지속된다면 필자 또한 청문회 제도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제도 자체는 필요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폐기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장관직 임명이 후보자의 과거 부적절한 행위의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 이번에는 어떨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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