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즈 아르망 ‘가르시아 로르카에게’, 122×91.5×12.7㎝, 혼합재료, 1992.
페르난데즈 아르망 ‘가르시아 로르카에게’, 122×91.5×12.7㎝, 혼합재료, 1992.

요즘같이 무더위가 심할 땐 나름의 피서 노하우가 있다. 한적한 교외 미술관을 찾아 눈 호강도 하고, 시원한 카페테리아에서 차도 마시며 독서도 하니 일석삼조다. 요즘 골목상가가 침체돼 있다는데, 사설미술관들 역시 기로에 서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문화공간 속 소소한 유유자적이 모두에게 힘이 된다.

오래간만에 찾은 강화도 해든뮤지엄.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자체 보유 현대미술 컬렉션으로만 수행한 기획전을 고려할 때 어지간한 공공미술관을 능가하는 곳이다. 현재 전시 중인 ‘현대미술 거장들의 공명’전이 그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교과서 속 거장들 작품과의 조우라니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유독 눈에 들어오는 20세기 거장 페르난데즈 아르망의 작품. 이제는 고전이 된 ‘누보 레알리즘’의 현실과 사물에 대한 고뇌, 특히 팝아트에 대한 묘한 콤플렉스도 읽힌다. 그러면서도 세기말의 열병과도 같았던 해체적 세계관의 흥분과 불안도 흥미롭다. 세계질서의 대전환을 맞고 있는 선지자의 몸짓 그것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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