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트럼프 관세 25% 시행 D-16
반도체·농축산물도 압박 비상
美 특사 소동, 당정 난기류 불안
한미정상회담 무용론 위험 수위
타결 실기 땐 재앙, 동력도 잃어
한미FTA 때와 같은 결단 요구돼
국정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국내에서야 이재명 정부의 1기 내각을 구성할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현안일 터다. 그렇지만 낙마 땐 대체하면 그뿐이다. 그보다 미국 관세폭탄 대응이 진영을 떠나 전체 국민과 국가 차원에서 더 절박한 과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못 박은 8월 1일 25% 상계관세 시행까지 불과 16일 남았다. 경제 비중이 30%를 넘는 반도체 품목관세에다, 미 사과·소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 개방·확대까지 압박한다. 이달 협상 시한을 넘기면 꼼짝없이 재앙에 직면하게 될 형국이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다. 하루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별 성과도 없는 판에 위기의식도 전략도 안 보인다. 한마디로 난기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급거 방미했다가 지난 9일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다음 날 이 대통령이 주재한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후 발표에선 통상·안보 ‘패키지 딜’보다 남북관계 복원 주문이 부각됐다. 심지어 미국에 유리한 카드인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이 거론됐다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지난 13일 관세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정 회의, 관련 부처 회의, 비상경제 TF 등도 중심 의제는 물가·전력이고, 협상 관련 언급은 없다. 물론 협상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당정의 대응은 긴장감이 없어 한가한 느낌을 주는 정도다. 이 대통령이 지역을 찾아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 골목 음식점에서 참모들과 소맥을 나누며 외식을 권유하는 것보다 대책에 고심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모습이 공감이 더 클 것으로 본다.
여당은 더 심각하다. 국익을 위한 ‘올 코트 프레싱(전면 압박)’이라며 미국 특사에 중국통 인사,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선동·우민·광인이라고 직격했던 인사를 파견하려던 발상부터 황당하다. 지도부는 미국의 압박을 공개 성토하고, 심지어 일각에선 이달 한미 정상회담 성사가 희박해진 것을 물타기 하듯, 빨리 열 필요가 없다는 식의 무용론까지 나온다. 한미동맹을 흔드는 위험한 행태다. 빠른 타결보다 국익 우선, 실리외교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경제·산업계 전체가 초비상으로 정부·여당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반(反)기업 입법 폭주다. ‘더 센 상법’의 추가 개악, 원·하청을 파괴할 노란봉투법, 남아도는 쌀의 가격을 지지하는 농업 4법 등을 7월 국회에서 강행하겠다며 경제 살리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간판 기업조차 실적 쇼크이고, 철강·석유화학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문을 닫을 지경인데, 경영권 보호는 외면한 채 ‘코스피 5000’을 외친다.
이번 관세 협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난제다. 미국은 관세 외에 비관세 장벽까지 문제 삼고 있다. 미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30개월) 폐지, 사과·쌀 등의 수입 개방 및 확대 등도 협상안에 넣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그래도 한국은 미국이 솔깃해하는 조선·원전에다, 특히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카드도 있다. 자칫 한가한 대응으로 7월을 넘겼다간, 돌아올 것은 재앙뿐이다. 더 많은 것을 내주며 화를 키울 우려도 크다. 이제 한 달이 지난 정부의 국정 동력 역시 훼손될 소지가 크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기대보다 불안이 큰 상황이다. 지난 4월 17%였던 관세율이 이달 20%로 올라간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오는 20∼22일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한다. 한국은 관세율이 필리핀보다 높은데, 최대 관건인 정상회담이 이달 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협상을 이달 내 타결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실패는커녕 합의가 지연만 돼도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힘들다. 장관·차관 선에 맡겨 될 일이 아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예상되는 큰 진통을 감수하고 미 소고기 수입 개방 등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금 상황도 대동소이하다. 이 대통령도 더 늦지 않게 결단해 직접 나서서 협상 대책을 챙기고, 농축산가 등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경각심을 갖고 예전 정부처럼 지하벙커회의를 재개해 전체 부처와 여당을 독려하며 각오를 다질 필요도 있다. 실기하지 않아야 국익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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