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경전철 손배’ 선고

 

당초 하루 13만여명 이용 예측

개통 당시 탑승객 1만명 그쳐

민간에 ‘수익보전’ 눈덩이 손실

 

주민들 1조원대 손배 소송 제기

재판 5번 거쳐 214억 배상 결론

오늘도 혈세로 달린다

오늘도 혈세로 달린다

대법원이 16일 경기 용인경전철 사업을 추진했던 이정문 당시 용인시장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날 오전 용인경전철 차량이 시청·용인대역 인근을 지나고 있다. 박윤슬 기자

‘혈세 낭비’의 대표사례 중 하나로 지적돼 온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대법원이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수요예측조사를 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주민들이 당시 시장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6일 경기 용인시 주민 안모 씨 등 8명이 시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용인시는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다만 대법원은 수요 예측을 담당한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3명에 대한 불법 행위 손해배상 청구 부분에 관해서는 “독자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려면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임이 인정돼야 한다”며 “원심이 이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연구원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 해당 부분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애초 주민들이 제기한 1조 원대 손해배상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해당 사안이 주민소송 대상으로서 처음 인정된 데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관련 기관을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면서 지자체가 대규모 재원을 투입해 벌이는 ‘묻지마’식 민간투자사업에 철퇴가 가해지게 됐다는 평가다. 지방 재정이 투입된 정책 사업에 대해 행정적 징계에 그치지 않고 금전적 책임을 묻게 됐다.

용인경전철은 앞서 이 전 시장과 서정석·김학규 전 시장 임기를 거쳐 2010년 6월 완공됐다.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개통 전부터 운영사와의 갈등 등으로 국제중재 소송에 휘말려 8500억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특히 당초 하루 이용객이 13만9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수요예측 결과와 달리 하루 평균 승객 수가 1만 명 안팎에 그치며 만성적인 적자에 직면했고, 시 재정이 흔들렸다.

주민들은 2013년 경전철 수요를 부풀려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전·현직 시장들과 보좌관, 용역기관 등을 상대로 총 1조232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주민 청구 대부분을 기각했고, 김학규 전 시장의 보좌관 박모 씨에게만 제한적 책임을 인정해 약 10억 원대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원심을 파기하고 전직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책임도 재검토하라고 판단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재판부의 고심도 길었다. 파기환송심 선고는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 이후 3년 7개월여 만인 2024년 2월 이뤄졌다. 지난해 서울고법은 이 전 시장과 연구원 3명의 불법행위 책임 부분에 대해 214억 원, 한국교통연구원의 책임 부분에 대해 42억 원의 주민소송 청구를 인용했다. 그로부터 다시 1년 5개월여 만인 이날 대법원에서 주민소송 청구가 대부분 인용으로 최종 확정되면서 주민소송을 제기한 지 12년 만에 5번의 재판을 거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후민·김군찬 기자

■ 용어설명

◇민간투자사업=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건설하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해 민간 투자를 받아 추진하는 사업. 민간 투자자에게도 일정 부분 수익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협약 체결 후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추정 수요·수입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실제 운영 수입과 큰 차이가 발생, 차액을 보전해주면서 정부와 지자체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민 기자, 김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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