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아 정치부 차장
“‘이재명 잘 뽑았다’는 효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비상경제점검 TF 회의 결과를 “(SNS로) 국민께 보고” 하며 이같이 썼다. 이 TF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꼽은 사안이었다. ‘성남시장·경기지사 공약 이행률 95%’를 내세워 대권에 도전했던 것처럼, 성과로 존재감을 보인 것이다.
‘정치효능감’은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대상은 당원이었다. 비주류였던 그는 국회의원·대의원 중심으로, 좁게는 주류 계파 수장 중심으로 돌아가던 ‘여의도 정치’ 주도권을 당원들에게 돌려주겠다며 당 중앙 무대로 올랐다. ‘당원주권 정당’을 만들겠단 공약이었다.
당원들은 열광했다. ‘이재명 팬덤’과 함께 민주당 권리당원은 급격히 늘었다. 약 120만 명에 달한다. ‘문재인 지도부’가 탄생했던 2015년 2·8 전당대회 당시(25만 명)와 비교해보면 10년 새 4배 이상 불었다. 민주당의 주인이 된 당원들은 지역에서, 온라인에서 이 대통령의 친위대가 돼 움직였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러니 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당원을 치켜세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도적으로도 권리당원 표심이 중요해졌다. 8·2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권리당원 반영 비율은 55%로, 대의원(15%)·일반국민(30%)을 앞선다. 두 사람은 ‘이재명 당대표’가 그랬듯, 당원들에게 “효능감을 주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정 의원은 “법사위원장 때처럼 통쾌하고 효능감 있게, 탄핵소추위원장 때처럼 진중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당대표를 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실체 없는 중도병(病), 역풍교(敎)를 극복하고 효능감 있는 개혁으로 진짜 중도 확장을 이루겠다”고 했다. 선명성 경쟁이다.
선거 승리만을 노린 정치적 수사로는 보이지 않는다. 당원들에게 ‘당대표 잘 뽑았다’는 효능감을 주려면, 특히 정치 고관여층인 강성 당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두 사람은 ‘추석 전 검찰개혁법 처리’를 약속했고, ‘내란 종식’이란 명분을 내세워 국민의힘을 무력화하는 법안도 내놨다. 각각 국회에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권을 부여하고,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는 국고보조금을 중단하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당심=민심’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 권리당원은 전체 유권자(4400만 명)의 3% 수준이다. 제21대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49.4%였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민주당 차기 당대표는 내년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압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리멸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힘을 보면 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선명성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효능감에만 집중하다간 다수 국민의 효능감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민심의 파도는 언제든 민주당이란 배를 뒤집을 수 있다. 이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明心)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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