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를 봤다. 20대 후반까지 이성의 손은커녕 눈 한 번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청춘 남녀들이 생애 최초 연애를 위해 애쓴다.

모태솔로들의 서투른 모습을 구경하려고 봤다가 이들의 마음 씀씀이에 울고 말았다. #장면 1. 한 여성 출연자가 용기를 내 고백을 하자 남성 출연자가 너무 미안해한다. 이미 자신의 마음엔 다른 사람이 있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며 울컥해 한다. 고백했던 여성 출연자는 애써 밝게 웃지만 자신의 방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장면 2. 자신을 좋아하는 여성 출연자의 마음을 받아주기 힘든 남성 출연자는 상대방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데이트 내내 삐걱거린다. 그에겐 상대의 호감을 잘라낼 냉정함도, 자신의 호감을 가장할 능숙함도 없다. 그는 결국 자책하며 방에 들어가 오열한다. 고백도, 거절도 너무 힘든 뚝딱거림의 연속이다.

남들 다 하는 연애가 이들은 왜 그리 어려운 걸까. 모태솔로들이 연애하지 못했던 이유는 부족함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넘침이 문제였다. 상대에 대한 배려심,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불인지심’이 넘쳐흐른다.

‘내가 감히’란 마음이 가득한 ‘슈퍼 을(乙)’들의 서투름에 마음이 아렸다.

‘을’을 자처하며 뚝딱거리는 모태솔로들에 비해 우리 사회의 ‘갑’들은 얼마나 유려한가. 보좌진에게 변기 비데 수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지역 사무소 보좌진에게 조언을 구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비데 교체 조언’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국회의원이란 지위에서 직원에게 허드렛일을 시켰다는 실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에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이공계 관행을 들어 자신이 제1저자인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강·이 후보자의 능숙함은 잘못한 게 없음에도, 책임질 일이 아님에도 미안해하는 모태솔로들의 서투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가 감히’란 ‘을’의 마음을 지녔던 모태솔로에 비해 강·이 후보자의 행태엔 ‘네가 감히’란 ‘갑’의 태도가 다분하다. ‘갑’의 태도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직자의 책무와도 거리가 멀다.

지금이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모태솔로에게 배울 일이다.

이정우 기자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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