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영 정치부장
국힘 탄핵 이후 3차례 혁신안
방향성 맞지만 현실화는 난망
‘단기필마’로는 黨 주류 불변
친윤·중진의 ‘자기희생’ 필요
혁신파도 보수 가치 고민하는
‘혁신 블록’부터 먼저 만들라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파면 이후 사실상 3차례 혁신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5대 개혁안’으로, 윤 전 대통령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와 김문수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사태 진상 규명,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 후보 100% 상향식 공천 등이다.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은 첫 안건으로 대선 후보 교체 시도의 중심에 있던 이른바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언급했다가 당 지도부와의 이견 끝에 사퇴했다.
윤희숙 신임 혁신위원장의 개혁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원 중심 정당을 표방하면서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대선 후보의 단일화 입장 번복 △계엄 직후 의원들의 대통령 관저 앞 시위 △당대표 가족 연루 당원 게시판 문제 △제22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원칙 무시 △특정인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국정 운영 왜곡 방치 등을 언급하며 사과와 인적 쇄신을 주장했다.
일련의 혁신안은 방향성과 내용이 대체로 옳다. 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제로(0)’다. 비대위 추인과 전국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하는데, 당장 윤 혁신위원장을 천거했던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부터가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식의 접근은 필패”라고 한다. 전국위원회 의결은 더 어렵다. 당의 다수인 친윤(친윤석열)계의 집단적 반대에, 요즘 회자되는 ‘언더 친윤’이 동의할 리가 없다. 20여 명의 친한(친한동훈)계 역시 손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
왜 국민의힘은 최저 지지율(19%)에 자칫 위헌정당해산 심판까지 직면할 수 있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도 혁신에 합의하지 못하는 것일까. 첫째, 혁신을 위한 방식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역대로 국민의힘 혁신위는 당 지도부가 위원장을 낙점하기 때문에 위상 자체가 약한 데다, 징계·탈당 등과 관련한 어떤 권한도 부여받은 적이 없었다. 혁신위뿐 아니라 22대 총선백서 TF 등 유사한 당내 개혁 관련 조직이 수없이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당 지도부가 채택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8월 말 전당대회 개최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토론과 설득을 위한 시간도 턱없이 모자란다.
둘째, 보수의 가치와 비전에 대한 고민도 없다. 국민의힘이 계엄과 탄핵을 넘어서기는커녕, 대표적 반탄(탄핵 반대) 인사인 윤상현 의원 주최 행사에 의원들이 북적대는 ‘퇴행’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보수의 가치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상법 개정안을 별다른 저항도 없이 동의해줬다. 당 지도부의 성급한 합의에도 성장과 시장경제의 주역인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나선 국민의힘 의원도 없다.
셋째, 개혁파는 세력도 없고 연대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단기적 이해타산으로 주판알만 튕기는데, ‘단기필마’식 개혁은 현 국민의힘 지형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개혁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윤 위원장이 의원 이름까지 언급하며 용퇴를 압박한다고 해서 당 주류가 자진해서 거취를 밝힐까. 친윤계가 당 주류인 상황에서 오는 8월 말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를 선출한다 한들, ‘그 밥에 그 나물’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보수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혁신위에 대한 적절한 권한 부여와 중진·친윤계의 자기희생, 보수 비전에 대한 냉철한 고민이 필요하다. 철옹성 같은 당내 기득권을 깨기 위해선 개혁 세력의 연대가 필수다. ‘혁신 연대’ 또는 ‘혁신 블록’ 구성이 먼저인 이유다. 과거 보수당 역사에서 미래연대, 수요모임, 민본21 등이 당내 ‘정풍’을 주도하며 보수의 가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차기 대선 후보군을 만들어 냈던 모델을 참조해야 한다.
개혁파에 지금은 기로다. 연대하지 않으면 남은 길은 두 갈래다. 뿔뿔이 흩어져 ‘메아리 없는 구호’만 외치는 존재로 계속 남든지, 아니면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지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처럼 결국 탈당해 독자 세력화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든, 김용태든, 윤희숙이든, 더 나아가 한동훈이든 일단 차이를 잠시 내려놓고 혁신 블록부터 논의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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