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이창호 중소기업중앙회 공제사업단장
지금은 민생경제 회복의 시간이다. 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소상공인 장기연체자 채무 탕감을 통해 무너진 내수 살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은행도 맞춤형 채무조정, 폐업자 대환대출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소기업·소상공인 사회안전망인 노란우산공제 가입 시 10만 원 상생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노란우산공제는 소상공인이 폐업 및 노령 시 퇴직금처럼 목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해서 소득공제를 받은 가입자 중 70% 이상이 과세표준 4000만 원 이하에 해당한다. 공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은 소득이 낮은 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 유입과 직접적인 자금 지원의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과세 당국은 은행의 상생지원금을 받으면 기타소득세 20%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상생지원금 10만 원을 받은 노란우산공제 가입자는 2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현행법상 지원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지원금은 세법상 ‘소득’으로 분류되지 않아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은행처럼 민간에서 마련한 지원금은 법률 불비로 5만 원 이상이면 목적에 상관없이 과세 대상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이 마련한 지원금은 비과세였다면 약 3만2000명이 지원받을 수 있었겠지만, 세금 때문에 지원 대상이 2만5000명으로 줄었다.
은행의 노란우산공제 상생지원금의 목적도 민생경제 회복이다. 지원금은 소상공인이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하여 폐업, 노령 등 위기를 스스로 대비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노란우산공제 가입 후 폐업이나 노령 등으로 공제금을 받은 가입자는 89만3000명이고, 공제금은 9조4000억 원에 달한다. 만약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처했을지, 국가 재정이 얼마나 소요됐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소상공인 스스로 자금을 모아 폐업 등 경영 위기를 대비하는 것은 국가 재정으로 떠받쳐야 할 잠재적 대상을 줄여주고 더 어려운 민생 회복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지원금의 실질적인 목적이 유사하다면, 조세정책도 유사해야 한다. 민간에서 마련한 지원금이라도 ‘민생 회복을 위한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의미를 살려 더 적극적인 유권해석으로 과세 특례가 필요하다.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금융기관의 최초 지원사업인 상생지원금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면 지원 규모도 줄고 금융기관의 지원 의지도 저하될 우려가 있다.
은행의 상생지원금 과세 특례는 민간이 공공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부 조치다. 모든 지원사업을 재정으로 부담하기보다 민간의 자발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 부문에서 마련한 지원금에 과세하면 ‘자발적 도움’이 ‘부담’으로 전환될 우려가 크다. 지금 중요한 건 ‘누가’ 지원하느냐보다 ‘누구를 왜’ 지원하느냐이다. 수요자인 소상공인 중심의 유연한 과세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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