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머스크 “트럼프 성상납 당사자”

트럼프, 엡스타인과 과거 친분

‘외설 그림 편지’ 발송 의혹도

 

‘딥 스테이트’ 청산 공언 뒤집어

미온적인 태도에 마가 내부분열

“투명하게 공개하라” 불만 폭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제프리 엡스타인이 과거 함께 찍은 사진이 ‘엡스타인 파일을 모두 공개하라’는 글과 함께 지난 18일 워싱턴DC 백악관 건너편 미 상공회의소 벽면에 투사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제프리 엡스타인이 과거 함께 찍은 사진이 ‘엡스타인 파일을 모두 공개하라’는 글과 함께 지난 18일 워싱턴DC 백악관 건너편 미 상공회의소 벽면에 투사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흔드는 최대 악재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 접대 고객 리스트’가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성 상납 연루설을 제기하는 등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 세력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며 내부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엡스타인 파일 연루자들이 ‘딥 스테이트’(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비공식 세력)라는 음모론 탓에 딥 스테이트를 청산하겠다면서 지지층을 결집시켰던 트럼프 대통령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엡스타인 파일이란…왜 수면 위로 다시 떴나= 엡스타인 파일은 미성년자 성범죄 및 성 접대 의혹을 받는 엡스타인이 작성했다는 설이 제기되는 이른바 ‘접대 고객 리스트’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카리브해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러 여성에게 각종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체포돼 수사 중 사망한 인물이다. 그의 사망을 둘러싸고 일각에선 그가 유력 정치인 등에게도 성 상납을 했고, 상납을 받은 유명 인사들의 ‘리스트’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엡스타인을 살해했다는 ‘타살설’까지 제기됐다.

이 같은 엡스타인 파일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감세법안 강행 등으로 갈라선 머스크 CEO가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불이 붙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부동산 사업가 시절 엡스타인과 가깝게 지냈던 이력도 있어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머스크 CEO는 해당 발언 직후 자신이 너무 지나쳤다며 화해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후에는 오히려 해당 의혹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말 바꾸기’ 논란도 있다. 의혹 제기 이후인 지난 7일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지난 2월 팸 본디 법무장관이 “지금 내 책상에 앉아 (리스트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돼 ‘은폐 의혹’을 자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촉구하며 마가(MAGA) 모자를 불태우는 모습.  X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촉구하며 마가(MAGA) 모자를 불태우는 모습. X 캡처

◇엡스타인 파일 놓고 거세지는 마가 진영 불만…내부분열 조짐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석연찮은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마가 지지층과 공화당 역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11∼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 집회에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는 엡스타인 사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음모론자는 입을 다물라는 식의 반응은 충격적”이라고 성토했다. 또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공화당 1인자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까지 “본디 장관이 엡스타인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의 부인 라라 역시 “백악관이 투명하게 이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행정부가 엡스타인의 수사와 기소에 관한 모든 파일을 공개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마가 진영의 대표적인 인플루언서로 꼽히는 로라 루머는 엡스타인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를 소모해버릴 수 있다”며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수 미국 매체들은 엡스타인 관련 의혹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소송전에 휘말리는 등 보수 진영의 내홍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외설적인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그에게 보냈다는 취지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온 후 트럼프 대통령이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소송 상대가 WSJ의 모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 창립자인 루퍼트 머독 등이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머독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강성 지지층을 연결하는 매체라 할 보수 성향 ‘폭스뉴스’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거액 소송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머독이 갈등을 겪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폭스뉴스의 ‘밀월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딥 스테이트 청산하겠다던 트럼프…해명 못하면 더 큰 역풍 맞을 수도=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마가 진영의 불만이 유독 더 큰 이유는 그가 대선 승리 전 엡스타인 파일과 관련된 음모론을 제기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과거부터 자신을 사사건건 음해하는 세력인 딥 스테이트가 엡스타인 사건과 깊게 연관돼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당선 후 이를 파헤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막상 당선이 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파일과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일부 지지자의 불만을 샀고, 이후 그가 해당 의혹의 당사자 중 한 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지지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게 됐다. ‘딥 스테이트 청산’을 외치던 그가 딥 스테이트 음모론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액시오스는 마가 진영이 엡스타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발하는 것을 두고 “권력층 엘리트가 사회 지도층의 범죄를 은폐했다는 믿음은 반(反)엘리트 정서가 짙은 마가의 핵심 정체성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 정계의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던 트럼프 대통령 또한 결국 기성 정치권과 다를 것 없다는 실망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 같은 상황에 “트럼프가 마가의 새로운 표적이 됐다”며 “트럼프가 딥 스테이트가 됐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번 의혹에 관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엡스타인에게 허비하지 말자”고 지지층에 당부하며 “우리 마가는 한 팀”이라고 말하며 진화를 시도했다. 이후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그는 17일 입장을 다소 선회해 “엡스타인에 대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막대한 매스컴의 관심을 고려해 본디 법무장관에게 모든 대배심 증언 자료를 공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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