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간신히 역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를 기록해 반등에 성공했다. 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민간소비가 0.5% 증가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도 회복세를 보였다. 12조 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과 미국의 90일 관세 유예 조치도 ‘깜짝 성장’에 한몫을 했다. 그러나 하반기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미 관세 후폭풍으로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고, 기업 체감경기 지표인 7월 기업심리지수(BSI)도 90.0으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은 관세 불안에 2.5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기획재정부의 패키지 증세(增稅)를 골자로 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5%로 올리고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도 50억 원에서 과거의 10억 원으로 되돌리는 내용 등이다. 배당소득 분리 과세는 증시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시큰둥하다. 급등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증세 공포에 짓눌려 7일째 32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대주주들이 양도세를 피하려 대량 매도를 하게 되면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유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확산한다.

법인세 세수가 2022년 103조 원에서 지난해 62조 원으로 급감한 것은 경기 불황 때문이지 세율이 낮아서가 아니다.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9%)은 물론 일본(4.7%)보다 높다. OECD는 2010년 보고서에서 “법인세는 성장에 가장 중요한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해로운 세금”이라며 세율 인하를 권고한 바 있다. 이후 대다수 국가가 25.5%(평균)에서 23.7%로 낮췄다. 한국만 국제적 추세에 역주행하면 투자 위축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3% 잠재성장률, 세계 3대 AI 강국, 5대 경제 강국이라는 ‘3·3·5 비전’을 제시했다. 증세 드라이브는 기업 활력을 떨어뜨려 이와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고 1차·2차 추경까지 쏟아붓고 있다. 오히려 감세가 절실한 판국이다. ‘부자 감세 폐지’ 프레임으로 조세정책만 돌변하면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아니라 정책 충돌을 부르고, 힘겹게 반등하는 성장률에도 찬물을 끼얹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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