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권 국가안보재난연구원장, 前 국가위기관리학회장
오늘날 국제사회는 미·중 간 첨예한 패권 다툼 속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중동지역 분쟁 지속 그리고 미국 우선주의 기반 관세와 방위비 증액 압박으로 긴장과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전력 고도화와 적대적 두 국가론, 북·러 군사 밀착으로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압 외교는 그의 집권 이전에 이미 예상됐었다. 그런데도 미국의 동맹·우방들은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듣다가 미국발 쓰나미에 당황해하며 속수무책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로 내몰렸다. 한국도 불변의 철통 같은(Iron-clad) 동맹이라는 환상과 주술에 안주해 도낏자루 썩는 줄을 몰랐다. 2006년 미국과 전략적 유연성 협의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허둥대고 있다. 주한미군 역할이 현 대북 억제에서 대중 견제로 바뀐 것은 곧 불가역적 한미동맹이 조건부 관계로 변한다는 의미다. 우리의 동맹에 대한 의존도는 미·중 갈등과 북핵 위협 수준에 비례하는 현실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역내에 우리 안보를 담보할 나토(NATO) 같은 국제기구가 없고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나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파트너십) 같은 비공식 안보 협력체도 가입하지 않아 더더욱 그렇다. 어느 나라든 자국의 이해를 넘어 타국의 이해를 지원해 주지 않는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이재명 정부는 자주국방과 주권 행사를 명분으로 임기 내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전작권 전환은 2014년 한미가 ‘시기’ 아닌 ‘조건’에 기반한 전환으로 합의하고 3단계 능력 평가와 협의를 해왔다. 하지만 북핵·대량파괴무기(WMD) 위협 대응 및 감시정찰·지휘통제 능력 부족과 평시 전략자산 운용 및 주한미군 규모 축소·재배치 우려, 전시 미국의 개입 의지 약화 등 직간접 기회비용까지 감수해 가며 전환할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
미국 입장에서 전작권은 사실상 계륵(鷄肋)이다. 현재 대중(對中) 견제에 사활을 건 미국의 피아식별 기준은 동맹·우방 불문하고 그들의 안보정책 동조화 여부와 기여도로 판단할 것이다. 일찍이 일본은 미국에 하나의 전구(戰區·One Theater) 전략을 발 빠르게 제안해 신뢰와 호감을 얻고 관세 15% 합의라는 실리도 챙겼다. 최근 한·미·일 3국 외교장관·합참의장회의에서 중국 위협 대응을 놓고 한국이 미·일과 입장 차이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의 전승절 참석 요청에 가부를 뭉그적거리고, 북한의 대남 방송 중지가 현 정부의 선제적 방송 중단에 호응한 것이라고 홍보했다. 또한, 지지층을 의식해 트럼프와 미국을 비판하고 감정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일부 여권 인사의 행태는 미국의 의심만 살 뿐 이로울 게 없다. 기약 없는 정상회담, 주한대사 미임명 등 이상기류는 우연이 아니다.
미·중 경쟁 속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지금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섣부른 판단과 당리당략으로 국익을 해치는 몽환적 외교는 자해행위다. 이번 미국과의 관세·안보 협상 결과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와 견고한 한미동맹 지속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유명무실한 야당 견제 속에 거리낄 게 없는 정부·여당은 정책 결정 간 확증편향과 집단사고(Group think) 발생을 경계해야 한다. 위기가 담장 밖을 서성거리는 엄중한 이때 군사적 공백 발생이나 미국과의 정치·외교적 긴장 고조는 안보·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국판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절실하다.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1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