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상호관세 부과를 일주일 앞둔 가운데 한미 통상 협상이 심각한 난기류에 빠졌다. 미국 측이 25일의 ‘2+2 협의’를 전격 취소하면서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출국 공항에서 발길을 돌렸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미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을 못 만나고 귀국했다. ‘슈퍼 통상 위크’ 입구에서 좌초한 셈이다. 미국의 거친 외교 행태는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근원적 문제는 한미 당국 채널이 이처럼 먹통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시한인 8월 1일 이전 협상 타결에 먹구름이 끼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29일 스코틀랜드를 방문하기 때문에 한미 정상간 톱다운 방식의 담판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조셉 윤 미 대사대리도 “관세 타결 후 워싱턴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관세 키맨’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8∼29일 스톡홀름에서 중국과 3차 관세 협상에 집중한다. 위 안보실장의 빈손 귀국으로 통상·안보·동맹의 패키지 딜에 대한 기대감도 무너졌다. 미국이 면담조차 거부하는 ‘입구 컷’ 방식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상호관세 15%, 자동차 관세 15%로 타결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협상”을 공언한 만큼 이 기준이 마지노선이다. 협상을 타결한 5개국은 모두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장 개방 국가에만 관세를 인하하겠다”고 압박한다. 반면 여권은 “쌀과 소고기는 협상 제외”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4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도 현실적으로 무리다. 결국 대미 협상단의 입지만 좁아졌다.
이제 ‘2+2 협상’이 가능한 시간은 30일과 31일, 이틀 남았다. 일본은 정상회담과 8차례 장관급 협상을 통해 쌀 시장 개방으로 명분을 주면서 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실리를 취했다. 이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 루비오 장관 등 최고위 채널부터 적극 뚫어야 한다. 전체 국익 차원에서 손실 최소화를 위해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까지 포함한 전권을 협상단에 위임해 결단할 시점이다. 그러잖으면 기존의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아랑곳없이 25% 관세를 물며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이 정부의 역량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