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인천=지건태 기자

인천 송도 펜트하우스에서 벌어진 비속 살해라는 반인륜적 비극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경찰의 수사와 대응은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과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의 초동대응부터 문제였다. 신고 접수 8분 만에 현장에 빠르게 도착했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이미 도주한 사실을 모른 채 1시간 넘게 진입을 지체했다. 총기 사건의 위험성을 고려했다는 항변(抗辯)이 있었지만, 신속히 아파트 CCTV를 확인하는 기본을 외면한 탓에 용의자의 도주로를 열어준 꼴이 됐다.

초동대응의 아쉬움은 수사정보 관리의 실패로 이어졌다. 수사 초기 확인되지 않은 ‘이혼 불화설’이 흘러나와 유족에게 2차 가해를 안겼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경찰은 돌연 ‘NCND(시인도 부인도 않음)’로 일관했다. ‘생활비’라는 구체적인 피의자 동기 진술까지 언론에 보도됐지만 경찰은 사실무근이라며 숨기기에 급급했다.

이례적으로 피의자 신상 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결정 역시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낳는다. 물론 범죄 현장을 목격한 어린 손주들의 상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그간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다른 강력범들의 신상을 공개해온 기준과 충돌한다. 원칙의 일관성이 흔들리면 결정의 순수성도 의심받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수사의 신뢰도와 투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왕좌왕하는 현장 대응과 정보공개는 사건의 진실을 기다리는 국민을 지치게 할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범인 검거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수사 과정 그 자체다.

지건태 기자
지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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