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협상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며 일단락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서 한국 대표단과 만난 뒤 “한국과 15% 관세 부과에 합의했고, 미국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도 수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산 자동차 품목관세도 15%로 낮추고, 반도체·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호 관세 15%, 자동차 품목관세 15%는 예상됐던 수준이다. 경쟁국들에 비해 크게 불리하지 않은 선에서 타결했다. 상호 관세가 부과되기 하루 전에 타결됐고,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양국 입장이 엇갈리는 대목이 적지 않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했지만, “한국이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수용해 무역을 완전히 개방(completely open)하기로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의 대미 투자 펀드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갈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후속 협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해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이번에 언급되지 않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처럼 ‘2+2 협의’ 등 실무 협상을 통해 최대한 국익을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15% 관세 그 자체가 부담이다. 자유무역협정의 무관세와 비교하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15% 자동차 품목관세라도 일본의 기존 2.5% 관세를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훨씬 크다. 우리보다 일본의 경제 규모가 2.5배 크다는 점에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도 상대적으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자유무역 시대는 끝나고 국익 우선의 보호무역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수출기업에는 품질 위주의 비(非)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치열한 기술 혁신을 통해 초격차를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국내 갈등도 예상된다. 정부는 관세 피해가 집중될 업종을 정밀 분석해 실효성 있는 보상과 지원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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