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상영했던 전쟁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봤다. 25년 만에 보면서 또 다른 감동을 느꼈다. 뮤지컬 ‘전우’도 봤다. 아쉬움이 남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밀러 대위는 라이언 일병을 구하고 숨져가면서 “Earn this, Earn it”이라는 말을 남긴다. ‘앞으로의 삶에서 가치를 찾으라’는 정도의 말일 것이다.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세월이 흘러 가족과 함께 밀러 대위의 묘소를 찾은 라이언은 아내에게 “Tell me I’ve led a good life”라고 말한다. 마치 한국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가 1950년 12월, 흥남항 피란 선박에 올려준 아버지에게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진짜 힘들었거든예”라고 하는 혼잣말처럼. 훌륭한 인생이란 어떤 것일가.
80년 전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광복군은 무슨 가치를 얻고자 싸웠던가. 75년 전 참혹한 전쟁터에서 희생을 감내했던 국군은 어떤 가치를 지키고자 자신을 내던졌던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해병대의 마크를 보면 창설 초기부터 변하지 않는 글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정의와 자유’다. ‘대한의 방패’ ‘공군가’ ‘국군의 날 노래’ ‘해병혼’ 등 수많은 군가 노랫말에도 등장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가치이고 80년간 우리가 지켜왔던 가치이기 때문이다.
광복 80년을 조망하는 뮤지컬 ‘전우’는 정의와 자유가 아닌 ‘평화’만을 외치고 있어 아쉽다. 일제로부터 독립하기를 원했던 그들은 ‘평화’를 원했을까. ‘자유’를 원했을까. 75년 전 이 땅을 지키고자 나선 이들, 흥남항에서 피란 선박에 오르던 이들은 무엇을 찾고자 고향을 떠났던가.
이미 자유롭게 된 자들은 자유와 함께 평화를 원하지만, 구속된 자들은 자유를 원한다. 그래서 광복군 군가에 흐르는 주제어는 ‘자유’다. ‘평화’는 없다. ‘독립군가’에는 ‘자유종’이라 표기하였고 ‘자유가’라는 군가도 있다. ‘혁명군 행진곡’도 ‘자유를 찾으러 가는 싸움꾼’이라 하였다.
초대 국무총리 이범석 장군이 작사한 ‘기전사가’도 ‘자유를 위해 싸운다’고 하였고 ‘광복군 1, 2지대가’도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자’고 하였다. 우리는 미국과 함께 ‘자유와 정의’라는 가치를 공유하였기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이란 조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흥남항에서 자유를 찾으려는 북한 주민 10만 명에게도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리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번영도 쟁취하였다. 가치가 다른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감내할 나라가 있을까.
오늘날의 우리 군가는 ‘자유’ ‘정의’ ‘평화’의 주제가 공존한다. 이제는 ‘정의, 자유’와 함께 ‘평화’도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정의’와 ‘자유’가 빠진 ‘평화’는 거짓 평화일 뿐이다. 정의롭고 자유로운 우리 국민 모두가 진정한 평화를 누리길 기원해 본다.
정성엽·대한민국 군가기념사업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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