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25%의 상호관세 실시 이틀을 앞둔 7월 3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자동차가 포함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대의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을 고려하면 차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35%에 이르는 자동차에서 경쟁국인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불리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관세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먼저, 대미 수출기업들은 가격 전략 수립에 신중해야 한다. 관세 인상 시 미국 내 판매가격이 오르면서 대미 수출은 줄어들 수 있다. 대응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환율을 높여 미국 내 판매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방법과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상승을 기업이 생산비 절감이나 이윤 축소로 흡수해 가격을 올리지 않는, 즉 관세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pass-through)하지 않는 방법이다. 환율을 높이는 전략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규제로 쉽지 않다. 따라서 수출 경쟁국 기업들은 전가율을 낮추는 가격 전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전가율을 낮춘 경우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일본 자동차의 대미 수출 경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가 대폭 높아지자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엔화의 평가절상분을 미국 내 판매가격에 전가하지 않는 전략으로 대응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했다. 결국, 이번 관세 전쟁은 전가에서 이기는 기업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자동차를 비롯한 대미 수출기업들은 생산비와 이윤을 낮춰서 미국 시장의 점유율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가격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여서 남은 반도체·철강·의약품 등의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낮추도록 협상해야 한다. 트럼프의 관심은 무역적자 폭 축소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동안 200억 달러대에 이르던 대미 무역흑자를 에너지 수입 확대로 100억 달러대로 줄여서 통상 압력에 대응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미 무역흑자는 600억 달러대로 늘어났다. 정책 당국은 대미 수입 확대와 무역흑자 폭 축소 카드로 대미 수출 감소를 막을 필요가 있다.

우리 조선업은 중국의 추격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잃어가고 있는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조선업 투자를 통해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중에서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투자다. 이번 투자로 조선업의 미국 시장 진출이 성공할 경우 조선업 경쟁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 정책 당국은 적극적인 지원 전략으로 이번 투자를 조선업 부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협상 타결로 수출 환경의 불학실성은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관세 전쟁은 결국 경쟁국 기업 간의 판매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고 시장점유율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다. 생산비를 줄일 수 있도록 노동 관련 제도와 정부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비함은 물론 경쟁국보다 높은 과세 제도 또한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수출기업의 가격 전략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때 우리 경제는 이번 관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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