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든 작든 산들을 탈 때마다 계곡물에 발 담그기는 내게 일종의 의식이다. 정상은 정복하기 위한 것이지만, 계곡물은 교감하기 위한 것이다. 발의 피로를 풀어주고 더위도 식혀주니 요즘 같은 폭염에서는 이만한 호사도 없다. 중요한 것은 생명수에 몸을 적셔주는 것이며, 그때 비로소 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물질적 상상력을 공유하고 있는 작가가 김수학이다. 물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포착한 극적인 표현에서 독보적인 진화가 반갑다. 생동감과 사실성이 돋보이는 이미지 자체도 경이롭지만, 정화수를 대하듯 하는 작가의 경건한 태도가 호소력을 가져서다. 더위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주는 청량감은 또 어떤가.
물의 순간적 운동과 유동성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조각은 세계 미술계에서도 흔치 않다. 그 정교함과 박진감 넘치는 극사실성은 재현과 추상을 넘나든다. 특히, 놋그릇에서 읽히는 고요한 마음과 탁선(託宣)이라도 임한 것 같은 찰나의 대비는 숨을 멎게 한다. 새벽녘을 깨우는 일성으로 설법하는 물의 기지개.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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