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여론 비판을 못 이겨 마지못해 한 억지 사과가 국민의 화를 더 돋우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딱 그렇다. 차관급이라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뒤 “문재인은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 “문은 완전히 멍청한 인간” “박원순 사건은 기획된 것” 등 과거의 문제 발언이 줄줄이 나와 ‘제2의 조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 되자 국민적 비판이 거세졌고, 여권 내에서도 친문계를 중심으로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다. 입 닫고 있기 어렵게 되자 그는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고 전국에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요새 유명해지고 있어서 대단히 죄송스럽다”고 했는데, 비난 여론을 비아냥대고 조롱한 것인지 자기과시를 한 건지, 아니면 사과를 좀 엉성하게 한 건지 요령부득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오후에 기자들에게 ‘사과문’을 배포했는데, 이것도 매를 불렀다. ‘(그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비판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거친 표현이 심려를 끼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사과라기보단 자기 합리화와 정당성 강변에 더 가깝다. 세 불리해 사과는 하지만 자신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에게 변기 수리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 지시 등 ‘갑질 논란’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가 물러나면서 한 사과도 입길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SNS에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는 글을 올렸는데, 정작 피해 당사자인 보좌진들은 언급하지 않아 사과의 빛이 바랬다. 보좌진들에 대한 죄의식이 없기에 최동석 같은 영혼 없는 사과도 빼먹은 것 아닐까.
2023년 10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도 강선우 후보처럼 자진 사퇴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누가 되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에 대한 사과를 먼저 한 강선우와 달리 입장문 말미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무성의한 한 줄로 그쳤는데, 그 앞에서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회사를 운영했습니다’며 ‘주식 파킹’ 의혹을 전면 부인해 ‘무늬만 사과’라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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