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일제히 경고음을 울렸다. 씨티은행은 최근 이번 증세안이 ‘코리아 업(Korea Up)’ 프로그램 취지와 배치된다며 한국 투자에 대한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홍콩계 CLSA도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는 조치”라고 혹평했다. JP모건 역시 “증시 추가 상승을 이끌 만한 연료가 부족하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고, 골드만삭스도 증세 기조가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노란봉투법에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IB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세제 개편안이 얼마나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 실제로 어렵사리 반등한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독소조항들이 적지 않다. 20년 보유한 아파트 양도차익 28억 원에 대한 실질세율은 4.2%(약 1억180만 원)에 그치지만, 주식 차익 20억 원에는 무려 5억 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예상보다 훨씬 조건이 까다로워졌고, 최고세율도 35%까지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선 이재명 정부가 내건 ‘부동산에서 증시로의 머니 무브’는 신기루일 따름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으로 내년에 8조2000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기대하지만, 소탐대실이다. 유안타증권은 116조 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가 8조1000억 원의 잠재소비여력이 증발했다고 분석했다. 하루 만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에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이로 인한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애꿎은 기업과 증시만 때리고 있다. 한국 경제는 정치와 달리 글로벌 시장과 맞닿아 있는 개방경제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30%에 이른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정책은 즉각 역풍을 맞는 만큼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시장 이기는 정치나 정책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여당은 이런 국내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세제 개편안을 원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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