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새 규제 쏟아내며 규제완화 공허

협상 공신 조선 ‘노봉법’에 타격

국내 투자 공동화 우려 더 커져

 

무색해진 경제 원팀 동력 의문

기업 경쟁력 추락, 증시에 악재

與 이중성, 국정 혼선 자초 불안

지난 5일 기업 규제를 놓고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정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 6단체장을 불러 배임죄 등 형사 처벌 리스크를 줄이려는 성장전략 TF 1차 회의를 연 반면, 국회에선 경제 5단체가 야당인 국민의힘과 함께 반(反)기업법 문제점과 향후 대응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가 기존 규제를 풀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경제·산업계는 새 규제에 초비상이었다. 물론 TF 회의에선 쟁점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과 상법 2차 개정안은 언급조차 없었다. 산업 현장 따로, 정부 따로다.

정부 회의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문했던 배임죄 완화의 후속 절차다. 구 부총리는 경제 관련 형벌 조항 200개 중 30%를 연내 손질하고, 글로벌 룰에 맞춰 형사 처벌을 과태료나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로 전환하겠다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물론 의미 있는 조치지만, 공허하다. 상법 2차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의 8월 국회 통과가 예고돼 새 규제가 대량 쏟아질 텐데, 규제를 푼다고 하니 기업들은 황당할 뿐이다.

미국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주요 기업들의 공이 컸던 것은 실무팀은 물론, 대통령실도 인정했다. 특히, 조선업체가 앞장 선 마스가(MASGA)는 1등 공신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조선은 자동차·철강·건설 등과 함께 직격탄을 맞는다. 기업마다 수백, 수천 개의 협력업체 노조와 직접 교섭을 해야 한다. 1년 내내 매달려도 안 될 일이다. 더구나 국내 투자는 물론, 미국에 약속한 투자조차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 투자도 파업 대상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주한 미국·유럽 기업을 대표하는 암참 같은 단체들이 법 시행 땐 한국 철수와 투자 축소를 경고하고 나섰겠는가.

제로(0)였던 미 관세가 15% 부과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타격이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도 큰 피해가 예고돼 있다. 경쟁 업체인 일본·유럽과의 종전 관세 격차(2.5%)를 유지하려면 12.5%로 막아야 했지만 실패했다. 실적 충격은 심각하다. 증권가는 현대차·기아의 연간 영업이익 손실을 5조6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5분의 1이 날아가는 것이다.

이런 판에 정부와 여당이 반기업 법안을 강행하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을 상기시킨다. 이런 역주행은 개인 간 거래에서도 배신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여기에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다며 법인세율 인상을 결정했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등 증권 관련 세금 강화는 개미투자자들의 반발에 주춤하는 양상이지만, 법인세 증세는 기업의 반발을 무시하고 강행한다. 기업을 봉으로 여긴다. 2013년 한국 경제를 뜨거워지는 냄비 안의 개구리에 비유했던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의 경고는 추상같다. 노란봉투법 등 바위 규제를 치우지 않으면 더 이상의 도약은 없다고 진단했다. 미 관세가 끓는 물을 더 끼얹었다는 지적도 했다.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약 487조 원으로, 올 예산의 70%를 넘는다. 이런 대규모 자금을 해외에서 쓰면, 국내에 미칠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기업의 투자 여력이 고갈될 것이다. 지금 같은 때에 기업 발목잡기는 국내 투자의 공동화를 부추길 게 뻔하다. 경제 자해나 다름없다. 당정의 ‘선 시행·후 보완’ 주장은 궁색하다. 문제가 뻔히 예상되면 입법 과정에서 해소하는 게 정도다. 없던 미 관세가 15% 생기고, 반기업 법안, 법인세 증세 등까지 가세하면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다. 이런 실적 충격이 쌓이면 미국도 탐내는 K-제조업의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정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코스피 5000’에도 엄청난 악재가 된다. 증시 상승의 제1 조건은 기업의 튼튼한 펀더멘털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경제를 살리는 주역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이 경제 원팀이라고도 했다. 구윤철 부총리도 기업이 진짜 성장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관세 협상을 돕고, 경제 살리기와 생존에 필사적인 기업의 등을 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원팀은 무색해졌다. 정부 말을 믿지 못할 지경이 됐으니 동력도 떨어질 것이다. 여권의 이중성이 국정의 혼선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문희수 논설위원
문희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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