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 속 한 장면. 이번 영화제 사회자인 배우 이병헌이 주연을 맡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 수가 없다’, 아시아 최초 공개…이병헌 개막식 사회로 의미 더해
30년 만의 ‘첫 경쟁 부문’ 신설…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도전 무대 열려
지아장커·차이밍량·이창동 등 거장 10인 대표작 상영…‘결정적 순간들’ 특별기획
콘텐츠 마켓·스토리마켓 등 산업 프로그램 확대…아시아 영화 생태계 뿌리 강화
신예 여성감독 릴레이 기획 등 차세대와의 연결…‘다음 30년’ 설계하는 BIFF
부산=이승륜 기자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조명하기 위해 경쟁 부문을 새롭게 신설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며, 그간 BIFF가 쌓아온 위상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향한 도전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BIFF는 다음달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30주년을 맞아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개막하는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며, 개막식 사회는 주연 배우 이병헌이 맡아 영화제의 상징성과 의미를 더한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박찬욱 감독이 가장 만들고 싶어 했던 작품을 영화제 첫날, 이병헌 배우와 함께 관객들과 나누게 돼 벅차고 설렌다”며 “이번 개막작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응원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개막식은 다음달 17일 오후 6시 레드카펫 행사로 시작해 까멜리아상, 아시아영화인상, 한국영화공로상 시상과 심사위원 소개, 개막작 인터뷰 등으로 이어지며, 오후 8시 15분부터 139분간 개막작 상영이 진행된다.
올해 영화제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경쟁 부문’의 신설이다. 이 부문은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탁월한 미적 성취와 대담한 영화적 비전을 조명하고자 마련됐으며,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창의성과 예술적 다양성을 세계에 소개하는 장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 프로그램인 ‘아시아 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에서 소개될 작품.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특히 30주년을 맞아 BIFF는 아시아 영화사를 빛낸 거장들을 초청해 대표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선보인다. 이번 프로그램은 부산대 영화연구소,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으로 진행되며,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아시아영화 100’ 프로젝트의 3번째 시리즈다. 2015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는 34개국 161명의 감독, 프로듀서, 배우, 평론가, 연구자, 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의 참여로 총 119편의 작품을 선정했고, 이 가운데 10편을 엄선해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한다. 상영 후에는 감독 및 배우와의 대화(GV)도 마련돼, 각 작품의 창작 배경과 시대적 맥락, 아시아 영화의 미학을 깊이 있게 나눌 예정이다.
참석자는 자파르 파나히, 마르지예 메쉬키니, 지아장커, 차이밍량, 왕빙, 두기봉, 이창동, 박찬욱, 야기라 유야 등 아시아 영화계의 거장들이며, 각자의 대표작을 통해 관객과 특별한 영화 경험을 나눈다. 선정작 중에는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자파르 파나히)’, ‘내가 여자가 된 날(마르지예 메쉬키니)’, ‘스틸 라이프(지아장커)’, ‘안녕, 용문객잔(차이밍량)’, ‘철서구(왕빙)’, ‘흑사회(두기봉)’, ‘버닝(이창동)’, ‘올드보이(박찬욱)’, ‘아무도 모른다(고레에다 히로카즈)’, ‘드라이브 마이 카(하마구치 류스케)’ 등이 포함돼 있다. 일본 배우 야기라 유야는 ‘아무도 모른다’를 직접 소개하기 위해 부산을 찾는다.
이번 프로젝트와 연계해 BIFF는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1996년 이후 최고의 아시아영화 100’이라는 제목의 서적을 발간한다. 책에는 아시아·한국 영화인들이 ‘내가 사랑한 아시아영화’를 주제로 각자의 시선으로 쓴 평론 에세이가 실리며, 아시아 영화의 미학과 정서를 심도 깊게 조망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BIFF는 영화산업의 활기를 이어가기 위해 산업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BIFF 기간 중인 다음달 20일부터 23일까지는 제20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 열리며,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부산스토리마켓, 다큐멘터리 네트워킹 플랫폼 ‘독스퀘어’ 등의 행사가 다채롭게 운영된다. APM에서는 15개국 30편의 프로젝트가 최종 선정돼 소개되며, 올해는 여성 창작자들의 약진과 지역별 창작 경향이 돋보이는 신작들이 관객과 업계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는 ‘남부군’, ‘하얀 전쟁’,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관통한 정지영 감독이 선정됐고,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It Was Just an Accident’ 등으로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받는다.
영화제는 또 하나의 30주년 특별기획으로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김세인, 김초희, 윤가은, 윤단비, 임오정 등 신예 여성 감독 5명이 자신의 영화 인생에 영향을 준 한국영화 한 편을 직접 소개하고, 해당 작품의 선배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제30회 부산국제영회제 포스터.
올해 BIFF 공식 포스터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장’과 숫자 ‘30’을 모티프로, 붉은 모래 위에 새겨진 시간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커뮤니티비프, 동네방네비프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부산 곳곳에서 진행되며 영화제를 일상 속 문화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1996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출범한 BIFF는 30년 동안 아시아 신진 감독 발굴과 글로벌 영화산업 중심지로의 도약에 앞장서 왔다.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등은 수많은 창작자와 프로젝트를 세계 무대로 이끌어 왔다. BIFF 관계자는 “올해 30회를 맞아 더욱 확장된 비전으로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제시할 계획”이라며 “영화제가 걸어온 길을 되짚는 동시에, 관객과 함께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설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