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지배구조 변화 ‘방송3법’

 

KBS 구조개편 방송법 통과

이사 숫자 11→15명 증원

3개월내 이사진 전원 교체

 

‘MBC·EBS’는 이달내 처리

보도채널·종편도 편성위 설치

노사 동수로 구성 규정 논란

 

정치적 독립 확보 명분에도

친민주 단체 권한 강화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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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제정된 방송법이 38년 만에 개정되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바뀐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을 다변화하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강화 및 신뢰 회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의 맹점이 불거지는 상황 속에서 지나치게 급하게 처리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민영방송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 방송 3법 개정안은 무엇인가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의 이사 선임 및 운영 방식을 바꿔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를 가진 개정안이다.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크게 3가지다. 각각 KBS, MBC, EBS에 해당된다. 각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늘리되, 정치권에서 주도하던 추천 방식을 타파하고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등 전문가와 관련 직능단체 및 시청자위원회가 참여하도록 해 중립성을 유지하겠다는 법안이다. 정부·여당은 ‘공영방송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며 정권 초기부터 드라이브를 걸었다.

2. 추진 과정은

방송 3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제21대 국회 때부터 개정 논의를 시작하고 일부 개정안이 처리됐던 입법 과제다. 2022년 1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대안 가결, 2023년 11월 민주당 등 야당 단독 표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았다. 아울러 22대 국회 초기인 지난해 7월에도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왔고, 재의결 기준인 재적 의원 3분의 2를 넘지 못해 모두 폐기됐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여당으로서 다시 방송 3법을 추진했고, 이 중 KBS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법이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3개월 내 KBS 개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행령 제정 후 신규 이사회 구성, 사장·보도책임자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달라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우선, KBS 이사 수가 이전 11명에서 15명으로 4명 늘어난다. 과거에는 여야 인사들로 구성된 방통위의 추천을 받은 뒤 이사를 임명했다. 앞으로 KBS 이사회는 국회 교섭단체와 관련 학회·변호사 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이사들로 3개월 내에 새로 구성된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사장은 100명 이상 국민으로 구성된 사장후보 국민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한다. 해당 위원회 구성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 편성위원회의 권한은 강화된다. 지상파·보도전문채널·종합편성채널은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편성위 제청으로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나아가 편성위는 방송편성 규약 제정 및 개정, 시청자위원회 위원 추천 등을 심의·의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기타 세부 사항에 대해 대통령실은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방식, 여론조사기관 기준, 편성위원회 운영 방식 등은 모두 시행규칙에서 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 KBS 사장과 부사장, 감사 등은 개정법에 따라 후임 사장이 선임·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돼 연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4. 이사 추천 권한, 누가 갖나?

종전 방송법은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새 방송법이 시행되면 방통위의 이사 추천권이 사라지는 대신 국회 교섭단체, KBS 시청자위원회, KBS 임직원,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변호사 단체 등이 추천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교섭단체가 6명, 시청자위원회가 2명, KBS 임직원이 3명, 미디어학회가 2명, 변호사 단체가 2명의 추천권을 가진다. 현재는 사실상 국회 교섭단체가 이사를 가져가는 구조로, 여당은 국회 추천 비율을 40%로 줄여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친정부적 성향을 가진 단체나 인사를 고르고, 여기에 여당 몫 4명을 더한다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정부가 이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5.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은 어떻게 추진되나

9명인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의 이사를 각각 13명씩 국회 교섭단체와 기타 관련 기관의 추천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는 법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는 국회 5명, 시청자위원회 2명, 임직원 2명, 학회 2명, 변호사 단체 2명이 추천한다. EBS는 국회 5명, 시청자위원회 2명, 임직원 1명, 학회 1명, 교육 단체 2명, 교육감협의체 1명, 교육부 장관 1명이 이사를 추천하게 된다. 두 법안 역시 이사 추천 주체를 기존 국회 중심에서 여러 단체로 다원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7월 임시국회가 지난달 5일 종료됨에 따라 두 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방송법이 통과된 직후 민주당이 방송문화진흥회법을 상정했으나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선 만큼 추후 법안 통과를 두고 또다시 갈등이 예상된다.

6. 연합뉴스TV·YTN 등 민영 보도채널의 자율성 침해 우려는

방송 3법이 통과되면 민영방송인 YTN·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BS와 마찬가지로 보도전문채널 대표, 보도책임자도 법이 시행된 후 3개월 이내에 물러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 모두 회사 측과 직원 측이 각 5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편성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규정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개정안이 공영방송이 아닌 민영회사인 두 회사에 대해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YTN과 연합뉴스TV는 상법상 주식회사인데 두 회사에서 주주와 이사 권리를 무시한 채 사장과 보도책임자 인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7. 개정안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던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독립성·공정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국회 교섭단체가 관행적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7 대 4 등으로 가져가는 구조였고, 또 그들이 임명하는 방통위 상임위원을 통해 사실상 이사 전부를 결정해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비율이 40%로 고정되고, 이사 추천권을 다원화하고 사장 추천 방식도 다수의 위원회를 통해 가능해지는 만큼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KBS 언론노조도 방송법 통과 후 발표한 성명에서 “여야 정치권이 법적 근거 없이 나눠 가졌던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가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었다”며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국민이 평가하고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설치하고 편성 규약을 제정토록 의무화함으로써 권력과 자본의 개입으로부터 편성권을 지켜낼 최소한의 안전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8. 궁극적 대책이 될 수 있을까

법안 통과 및 시행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신뢰와 자율성이 높아질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정치방송’ 논란이 재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실질적으로 민주당 측이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단체와 노조 몫이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여권 우위인 방통위가 이사 추천권을 가진 방송미디어 학회와 변호사 단체를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방통위를 경유해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 방통위는 대통령 지명 2명,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2명 등 여권 우위 구조로 구성된다. 편성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한다. 법안이 시행되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는 10명의 노사 동수(5 대 5) 편성위원회 제청으로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편성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편성 규약을 제·개정해 이를 준수해야 한다. 취재·보도·제작·편성 등 방송의 핵심은 모두 편성위가 결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 모두 언론노조가 장악하게 됐다”며 “앞으로 모든 방송뉴스가 대동소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9. 언론노조, 학계 등의 반응은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공영방송 언론노조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환영했다. KBS 언론노조는 “지난 언론노조 37년 투쟁의 성과”라며 “더 이상 낙하산 사장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노조도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 동안 손대지 못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최초의 제도적 전환점”이라며 “조속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역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시민사회와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현업단체의 기나긴 개정 운동과 ‘광장 시민’의 염원으로 이번 방송법 개정이 가능했다”고 호평했다.

반면 법안의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열린 ‘방송 3법 개정 긴급토론회’에서 이남표 경희대 교수는 “부칙에서 3개월 내에 이사회를 구성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사회 임명제청권이 방통위에 있다. 방통위 관련 정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임명제청이 안 되거나, 임명제청을 거부하거나, 의결을 못하거나, 의결을 했는데 무효화되는 정부조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 3법 단일안은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후보에 대해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방통위 개편이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김재영 한국PD연합회 회장은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고 이전보다 진일보한 건 확실하지만 방송 종사자들 사이에선 이전 논의됐던 개정안에서 ‘이사 21명 중 국회 몫 5명’이 왜 ‘13명 중에서도 여전히 5명’인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또 방통위 규칙으로 추천단체를 정하는 것도 이전 정부의 사례를 봤을 때 약간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10. 해외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영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BBC의 이사회는 총 14명(비상임 10명·상임 4명)으로 구성된다. 정부가 5명을 추천하고, 9명은 BBC 내부 위원회 추천을 받는다. 10명의 비상임이사 중 이사장과 민족권역이사 4명(잉글랜드·북아일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은 정부 추천을 받아 국왕이 임명한다. 나머지 비상임이사 5명과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진 4명은 BBC 내부 선임위원회 추천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BBC는 외부 정보통신규제기구인 오프콤(Ofcom·Office of Communications) 규제를 받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의 경우 경영위원회가 국내 공영방송의 이사회 역할을 맡는다. 회장 임명과 예산·사업계획 결정 등의 역할을 맡는 경영위원회는 12명으로 구성되며 총리가 중의원과 참의원의 동의를 받아 지명한다.

안진용 기자, 이민경 기자,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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