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영 ‘문명산수’, 162.5×97㎝,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5.
이광영 ‘문명산수’, 162.5×97㎝,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5.

‘하늘의 그물은 촘촘하지 못할지라도, 절대 어느 것 하나 새나가지 못한다(天網恢恢 疎而不漏).’ ‘도덕경’ 가르침에서의 하늘은 예술에서의 ‘자연’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그 어떤 예술적 담론이나 방법도 자연이라는 그물로 수렴된다. 인류의 문명도 광대한 시공의 그물 안에서 꽃으로 피고 진다.

이광영 작가가 최근 선보인 ‘문명산수’ 연작은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깊이 성찰한 영감의 결정체다. 보통은 양자가 양립하기 어렵다고 보는 근대적 세계관의 편에 있다. 그런데 작가에게서는 색다른 관점이 발견된다. 문명을 자연의 한 편린으로 본다는 것인데, 이는 고고학적 상상과 통찰에서 오는 것이다.

장석 가루로 도포된 투각 부조에는 많은 선이 혈관처럼 얽혀 마치 온갖 문명을 망라한 그물 같은 모습이다. 산하를 굽어보는 부감(俯瞰) 양식 속에 마천루 같은 이미지들이 산수이면서도 한 송이 꽃과 같다. 억겁의 시간 속에서 찰나의 순간 피었다 지게 될 한 송이 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심경이 헤아려진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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