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에너아이디어 대표)

다행히도 대한민국은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국가 대비 선방한 결과로 통상이 앞장서고 산업과 에너지 분야의 콘텐츠가 뒷받침하는 등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지붕 아래 각 영역 담당자분들이 원팀으로 이뤄낸 결과이다.

하지만 관세협상의 개괄적인 타결에 따른 환호나 안도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오히려 앞으로 남겨진 구체적인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약속이 상당히 유연해질 것으로 이야기하나 미국에서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눠 보면 이번 약속은 상당히 엄격히 지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언제든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를 다시 25%로 높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8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많은 어려운 협의가 있을 것이다.

이번 관세협상에서 확실히 드러난 것은 대한민국의 통상 협상에서 에너지가 매우 중요한 항목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약속했으며 3500억 달러 투자에서도 에너지 산업은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대해선 9∼12% 정도의 수익을 지켜주고자 하기 때문에 에너지 산업은 투자하기 좋은 산업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은 인공지능(AI)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크게 증설하고 있어 전력 수요가 상당히 급증하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은 대규모 정전 및 전력 공급 부족을 우려해 우리에게 전력 송전망,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에 많은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해진 에너지 산업을 국내 에너지 전환에만 국한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훌륭한 대한민국의 에너지 인프라 산업을 어떻게 매우 큰 글로벌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하게 할 것인지, 국제 통상에서는 어떻게 활용할지가 논의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전력 및 가스 인프라 산업은 조선 산업만큼 한·미 협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실제 효성중공업과 같은 전력기자재 기업은 3∼5년치 물량이 매진된 상태다. 한국남부발전은 이미 미국 미시간주에 1GW급 가스발전소를 가동하여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오하이오주에 또 비슷한 규모의 가스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와 같은 원전기업도 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정책 및 정부 조직의 논의가 국내 에너지 정책에만 국한돼 진행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해외 진출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산업·통상·에너지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우리 경제를 살리면서 진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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