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복권·감형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특권이지만, 행정권으로 사법권을 뒤엎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사면권을 제한하는 입법도 강화돼 왔다. 무엇보다 국민적 동의가 대전제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등의 조치는 이런 기본과 거리가 멀다. 특히 자녀 입시 비리로 복역 중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형기의 절반도 안 채우고 석방돼 정치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아내 정경심 씨는 물론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최강욱 전 의원, 딸에게 장학금을 준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 조 전 장관과 함께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에 연루된 백원우 전 의원도 포함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후원금을 횡령한 윤미향 전 의원을 광복절 특사에 포함한 것은 따져 묻기도 민망할 정도다. 조폭 연루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은수미 전 성남시장(뇌물수수), 만취 상태로 택시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도 명단에 올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민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한 사면안”이라며 “핵심 기조는 민생회복”이라고 했다.

하지만 연체금 상환을 전제로 한 신용회복 지원(약 324만 명)을 앞세워 민생이라 하고, 야권 인사 몇 명을 끼워 넣어 국민통합으로 포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민통합이라는 목표와 달리 사회적 논란과 여론 분열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야당도 “정권교체 포상용 사면”(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라고 반발했다. 여론조사에도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벌써 조 전 장관 출마설이 나돈다. 사면권 행사의 최대 근거인 국민통합은커녕 분열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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