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11일 정상회담은 통상전쟁이 격화하는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또럼 서기장은 이 정부 출범 후 한국을 국빈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이어서 더욱 그렇다. 베트남은 중국·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인 동시에 한국의 주요 무역 흑자국이다. 삼성·LG 등 1만여 개의 한국 기업은 베트남 경제의 동력이 되고 있는데, 삼성 매출액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할 정도다.

이 대통령과 또럼 서기장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교역 규모를 5년 내에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867억 달러인 교역 규모를 2030년까지 1500억 달러로 확대, 통상전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 윈윈 협력을 하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환기시키며 호혜적 경제 협력을 강조한 데 대해 럼 서기장은 “인프라 개발과 반도체, 인공지능(AI) 분야가 우선 대상”이라고 화답했다. 양국이 원자력, 고속철도, 방산 협력을 비롯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선 대응으로 핵심광물공급망센터를 조성해 공조를 강화키로 한 것도 중요하다.

한국과 1992년 수교한 후 베트남의 1인당 GDP는 120달러에서 4700달러로 높아졌다. 베트남이 한국 경제 모델에 기반한 도이모이(개혁개방)정책으로 경제를 발전시킨 덕분인데, 인구 1억1000만 명에 5%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베트남은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파트너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 실용외교의 첫 성과다. 다만, 또럼 서기장이 남중국해 문제를 제기하며 대중 견제 동참을 촉구한 데 반해 이 대통령이 중국의 ‘서해 내해화’ 시도에 침묵한 것은 옥의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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