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와인 값 600만원 입금하니 연락두절
경호처와 와인닷컴 연계 2인1조 사기단
N음식점 120만원어치 민어요리 노쇼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 일대 유명 고깃집·고등어집·해산물 전문 식당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대통령경호처를 사칭한 ‘노쇼(NO SHOW·예약 부도)’ 전문 사기단 범행이 기승을 부려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노쇼 사기단은 지난 5일 삼각지 유명 해산물집 N식당을 상대로 경호실 직원 20명 회식을 한다며 민어요리 120만어치를 주문하고 다음날 대통령의 건배용으로 병당 330만원 고급 와인 2병 주문을 요구하다가 선결제를 요구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인에게 들통이 나자 예약을 취소한 바 있다.(문화일보 8월7일자 10면 <“120만원어치 민어 준비하라”…또 경호처 사칭 ‘노쇼’> 기사 참조)
이들 노쇼 사기단은 단순히 노쇼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이 모임에 참석할 것이라고 속여 2인 1조로 담합해 고급와인 업체를 소개하고 선결제를 유도해 와인값만 600만원의 피해를 입은 삼각지 식당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각지서 고깃집 S 식당을 운영하는 여주인 장모씨는 지난 4일 자신을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 경호서기 김민수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5일 대통령이 경호처 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회식을 하려고 한다”며 명함을 카톡으로 보내는 동시에 20명 경호처 직원 저녁 식사 예약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대통령이 원하는 와인이 있으니 두 병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와인은 스페인 ‘도미니오 드 핑구스’ 2016년 빈티지로, 국내에 많지 않다. 고깃집 외에 카페도 함께 운영하며 와인을 판매하는 장씨는 “저희 가게에 있는 와인을 드시면 되지 않겠냐”라고 하자 B씨는 “아는 업주가 있으니 그곳에 발주를 넣어 주문하면 입금해 주겠다”며 ‘와인 닷컴’ 이상훈 부장 명함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장씨는 A씨가 안내한 발주처에 전화해 해당 와인이 있는지 물었고, 와인이 있다는 답을 들은 뒤 급히 주문하고 와인 값을 입금했다. 하지만 입금 이후 A씨는 돌연 식사 예약을 취소했다. 당황한 장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해당 번호가 보이스피싱으로 신고된 번호라는 알림이 떴고,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장씨가 입금한 와인 값은 총 600만원으로, 식사예약을 포함하면 장씨가 입은 피해액은 700만원 가량이다. A씨가 범행에 사용한 계좌는 현재도 입금이 가능한 상태다. 경호처에 확인해보니 김민수라는 경호서기는 가짜로 드러났다.
할머니가 가게 앞에서 직접 연탄불에 고등어를 굽는 오래된 고등어구이집으로 유명한 D식당도 S식당과 비슷한 시기에 경호처 20명 회식을 주문하고 고급와인 선결제를 유도하는 유사 수법에 당해 와인값 600만원을 사기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들 노쇼 사기단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삼각지 일대 유명 대구탕집과 평양집에 들른 보도를 접하고 업주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는 “대통령실 인근을 돌아다니며 가게를 파악하고 범행을 저지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노쇼 사기단은 삼각지 일대 현장을 돌며 주인이 연로하거나 경호처 직원들이 갈 법한 오래된 식당 등을 먹잇감으로 선택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범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S식당, D식당, N식당 사건도 용산경찰서 수사6팀 등에 배당돼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경호처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주의할 것을 안내했다. 경호처는 홈페이지를 통해 “경호처는 식당 예약 등 민간 활동에 기관명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피해를 입은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유사 사례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충신 선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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