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현 KAIST 교수·IT경영학

지난 8일 오픈AI가 공개한 새로운 모델 ‘GPT-5’는 더 빠르고 영리해져 인간 지능지수(IQ) 140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있다. 2007년 아이폰과 앱스토어가 ‘앱 경제’를 열었듯이 이제 ‘인공지능(AI) 경제’가 본격화할 것이다.

정부도 ‘글로벌 AI 3대 강국’을 내걸고 성장 동력화하기 위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는 우리에게 부족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에 1600억 원을 투입하고, 국가기록원·국사편찬위원회·통계청 등 기관 데이터를 공동 구매·활용토록 했다.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의 마중물로 기대된다. 그러나 1차 선정 5개 팀이 오픈AI나 구글의 파운데이션 모델에 견줄 범용·전문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이다.

기술과 인력 문제도 있지만, 핵심 이유는 AI 인프라 격차다. AI는 곧 ‘쩐’의 전쟁이다. 오픈AI의 ‘스타게이트’는 2029년까지 GPU와 데이터센터에 5000억 달러(약 690조 원)를 투입한다. 물론 중국의 딥시크와 같이 기술적으로 ‘증류’장치를 활용해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올해 1만 장에서 2027년 5만 장의 GPU를 확보한다 해도, 몇십만 장 GPU를 운용하는 단일 기업과도 규모 자체가 다르다.

우리는 다른 시장에서 다른 게임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자국 고유 데이터와 안보, 제조·의료 같은 핵심 산업 데이터를 확보·관리하는 소규모 거대언어모델(LLM)이 타당하다. 막대한 자본·기술·인력이 필요한 파운데이션 AI 모델이 가능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우리의 AI 전략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AI에서 찾아야 한다.

기회는 응용 서비스에 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이미 미국 빅테크가 장악했지만, 그 위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는 이제 시작이다. ‘AI 고속도로’는 깔렸다. 문제는, 통행세를 징수하는 나라에 대응할 방법이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AI 생태계에서 한 부분의 강자가 되면, 마음대로 톨게이트를 통제할 수 없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경쟁하는 고속도로가 여러 개 깔리고 있다. 그래서 경쟁하며 공존하는 AI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잘 깔린 AI 고속도로를 부러워할 시간이 없다. AI 고속도로를 만들진 못했으나, 그것을 이용하는 데 늦어선 안 된다. 우리가 한 분야의 능력을 갖추면 함부로 톨게이트를 통제하지 못한다. 그것이 소버린 AI이고, 우리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남이 만든 10차로 고속도로 대신 우리만의 왕복 2차로 자갈길을 만들고 그리로 다녀야 한다는 주장은 곤란하다. 이미 깔린 길을 최대한 활용하되, 데이터 주권과 안보,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개혁, 공공·민간 데이터 개방, 중견·중소 기업 접근성 확대 같은 영역에 국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정부·기업·대학이 손잡고 산업 특화 AI 모델, AI 에이전트 및 데이터세트를 빠르게 실험·상용화하는 체계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테스트한 서비스를 가지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면 된다.

AI 고속도로를 부러워하기만 할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비즈니스를 하면 된다. 그것이 더 현실적이다.

안재현 KAIST 교수·IT경영학
안재현 KAIST 교수·IT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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