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과 정부·여당은 ‘대북 확성기 철거에 북한이 호응했다’는 식으로 주장했지만, 근거 없는 희망 사항이었음이 드러났다. 국민을 기만한 정황도 비친다. 북한은 14일 이재명 정부의 잇단 대북 유화책을 거론하며 “허망한 개꿈”이라고 조롱했고, 실제로도 지난 9일 대남 확성기 40대 중 단 1대만 철거했다고 한다. 2대를 철거한 뒤 1대는 되돌려놨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4∼5일 최전방 24개소에 설치된 고정형 확성기 전체를 철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상호 조치를 통해 남북 간 대화와 소통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좋은 조짐”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4일 성명을 통해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 놀음”이라며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데도 군은 정확한 실태나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섣부르게 선제적 철거 작업에 ‘호응’했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 중단, 국가정보원의 대북 방송 중단, 한미연합훈련 조정 등 일련의 유화 조치들도 폄훼했다. 김여정은 “윤석열 정권 때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들을 없애버리고는 그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평가받기를 기대하면서 누구의 호응을 유도해보려는 것 같다”며 “이러한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며 전혀 우리의 관심을 사지 못한다”고 했다.

남북 간의 불필요한 긴장을 완화할 필요가 있고,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현실 인식이 대전제다. 국민에게도 투명하고 정직하게 실상을 알려야 한다. 비정상 체제인 북한의 도 넘은 비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흥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원칙 없는 굴종적인 행태는 남북관계를 더 왜곡하고, 남남 분열을 자초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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