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견지하는 대표적인 선진국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지만, 과거사 문제로 인해 양국 관계는 진전과 퇴행을 반복해왔다. 진보 성향 정권은 대체로 반일 프레임을 앞세웠고, 보수 성향 정권도 지지도가 떨어지면 반일 이벤트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다음 주인 23∼24일 일본을 공식 방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광복 80주년, 수교 60주년이라는 시의성을 고려할 때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우선,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24∼26일 워싱턴을 방문하기에 앞서 도쿄를 찾는 프로토콜 자체가 상당한 외교적 메시지다. 새 대통령의 ‘선(先)방일 후(後)방미’는 파격이다. 야당 시절 이 대통령의 대일관(對日觀)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이시바 총리에게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고 했고, 이번엔 행동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한·미·일 동해 군사훈련을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군사동맹 징검다리” 등으로 규정했고, 강제징용 ‘제3자 해법’에 대해서도 “친일 매국”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한일 정상은 오는 23일 도쿄 회담에서 미국발 안보·통상 위기에 대한 공동의 해법을 마련하며 협력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한일·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북한·중국·러시아 결속이 강화되는 와중에 동맹국에 안보 부담을 늘리려는 미국의 전략에 비춰보더라도 한국과 일본의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는 더욱 뚜렷해진다.

1998년 김대중(DJ)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사 갈등을 넘어 한일 새 협력 시대를 열었다. 당시 DJ는 지지층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 등을 결단했으며, 오늘날 한류 세계화의 출발점이 됐다. 이제 한일 관계는 경제력에서도 거의 대등해졌다. 이 대통령도 한일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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