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 확성기 철거 이후 북한이 상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지난 10일 바라본 임진강 변 북한군 초소에는 대남 확성기가 그대로 설치돼 있다. 윤성호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4일 담화에서 대남 확성기 철거 관측을 부정한 데 이어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일부를 조정한 것에 대해서도 ‘헛수고’로 폄하했다.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호응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또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김 부부장의 담화문에 따르면 북한은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일 합동참모본부의 ‘북한이 대남확성기 40대 중 1대를 철거했다’는 발표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합참은 지난 4∼5일 남측 최전방 24개소에 설치된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다. 일부에선 북측이 이에 대응해 대남확성기 철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고,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언급하며 “이렇게 상호적 조치를 통해 남북 간 대화와 소통이 조금씩 열려가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부정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비핵화 협상은 ‘우롱’이며 미국이 ‘새로운 사고’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 최근 담화도 다시 언급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담화에 대해 “국면적 화해 조치나 남북 대화나 개선과 같은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적대적 두 국가를 영구화하겠다는 기존 전략적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봤다.
김 부부장은 한·미 관계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고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며 “이 결론적인 입장과 견해는 앞으로 우리의 헌법에 고착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표명한 지난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공개지시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시사한다.
홍 위원은 “헌법 개정은 중국입장, 북·러 조약 체결 등 대외적 변수와 민족 부정을 설득하기 위한 대내적인 면에서 지연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담화와 관련해 통일부는 “지난 3년간 ‘강 대 강’ 남북관계를 ‘선 대 선’의 시간으로 바꾸기 위해 의연하고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남북관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상화, 안정화’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