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한 광복, 하나된 한국 -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인터뷰
지금까지 포상자 1.8만명 그쳐
독립운동 외국인 발굴도 늘릴것
국외안장 유해봉환 끝까지 노력
하나된 대한민국 만드는 계기로
취임하자마자 美 보훈장관 만나
한미동맹 굳건한 정부의지 전해
외교관계도 보훈 통해 다질 필요
日에 사과요구보단 극일 했으면
경제·문화·노벨상 따라 잡아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측근인 더글러스 콜린스 보훈장관을 대면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담은 자개 국기함과 함께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굳건한 의지를 전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보훈청에서 만난 권 장관은 “한미동맹이라는 공동의 가치 기반 위에서 외교 및 경제 현안을 논의할 때 미래지향적 해법 도출이 가능하다”면서 “앞으로도 보훈을 매개로 한 감성적 접근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현재까지 포상된 독립유공자는 1만8000여 명에 그쳐 국민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며 “단 한 분의 독립운동가도 잊히지 않도록 ‘발굴·포상’을 강화해 광복 80년이 ‘완전한 광복’ ‘하나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취임하자마자 출국해 미국에서 개최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식에 참석했다. 관세협상 직접 부처도 아닌 보훈부가 이렇게 급히 움직인 이유는 무엇인가.
“6·25전쟁에서 함께 싸운 인연으로 시작된 한미동맹은 7·27 정전협정 이후에는 주한미군의 공헌을 중심으로 공고화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외교 관계를 넘어 공동의 가치 기반을 갖고 있다. 정전협정기념일에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대통령 메시지를 직접 전달함으로써 관세협상을 위한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나름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도 보훈을 매개로 하는 감성적 접근 방법을 병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콜린스 미 보훈장관과의 대화 내용이 궁금하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상호 공감대를 확인했다. 그는 지난 5월에도 한국전참전기념공원을 직접 찾아 청소하는 등 평소 한국전 참전용사에 대한 관심이 깊은 점에 주목했다. 든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양국 관세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콜린스 장관 또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콜린스 장관은 기념사에서도 ‘한미동맹은 여전히 강력하다. 절대 시험하지 말라’며 한미동맹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 인상 깊었다.”
―보훈 분야를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할 방안은.
“6·25전쟁 참전은 한미동맹의 핵심이자 상징적인 키워드로, 한·미 관계가 다른 국가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동맹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유엔 참전국 중 6·25 첫 파병국이자, 가장 많은 인원을 파병한 핵심 동맹 국가이다. 참전용사와 유가족 외에도 한국에서 젊은 시절 복무한 주한미군은 친한·지한 세력으로 한미동맹에 있어 귀중한 인적자산이다. 이들을 국제 보훈사업 대상자로 확대하는 등 지속적인 양국관계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사업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자료는 일본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실제 발굴을 위해서는 중국, 북한과 협의도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협조해서 진행할 계획인가.
“안중근 의사는 우리 독립운동사에 있어 절대적인 분으로, 안 의사의 유해발굴사업은 언제나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 유해의 정확한 매장 위치 파악을 위해 순국 당시 작성된 각종 자료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중국 등 관련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민간 전문가들과 관련 사료들을 발굴해 안 의사의 유해 발굴 지역을 특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에 보훈부가 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원생 지사의 묘소를 찾았다고 발표도 하고 이번 광복 80년 계기로 해외 독립유공자 6위를 모셔왔다. 보훈부가 파악하고 있는 해외 독립유공자 현황과 고국으로 모셔올 계획은.
“국외 소재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조사 등을 통해 지금까지 확인된 국외 안장 독립유공자는 총 370여 위다. 이 중 155위는 유해봉환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모셔왔다. 남은 220여 위에 대해서도 유족을 찾아 협의를 통해 봉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이라면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가서라도 모셔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도리다. 보훈부는 국외 안장 독립유공자 마지막 한 분까지 고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유해 봉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매년 광복절마다 독립유공자 서훈을 실시했는데, 올해 광복 80년인 만큼 서훈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매우 크다. 실제로 보훈부도 연초에 광복 80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발굴·포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떤 계획인가.
“단 한 분의 독립운동가도 잊히지 않도록 발굴·포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독립운동을 위해 재정적으로 기여한 분들과 우리나라 독립운동을 지원한 외국인 등 과거에 조명받지 못했던 분들에 대한 심사기준을 개선하겠다. 같은 독립운동 사건에 참여했음에도 아직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분들의 사유를 재조사해 포상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 등과도 포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
―올해 광복절 포상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추진했나.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한 분이라도 더 서훈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광복절 포상 인원은 311명으로, 2021년 이후 단일 계기 포상 인원으로 최다 인원이었다. 이번 광복절 포상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독립운동이 일부 지식인이나 기성세대만이 아닌 평범한 촌부에서부터 어린 학생들, 그리고 나라 밖의 동포들까지 온 국민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 사례로 충남 청양군 정산면 정산시장에서 독립만세시위에 참여했던 정연봉 선생 등 62명을 포상한 것이 있다. 어린 소년이었으나 조국 독립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 높았던 만 15세의 김동하 선생, 이민 1, 2세대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를 이어 독립운동에 헌신한 안순필 일가 6명 포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각종 판결문, 수형기록 등 자료 발굴·수집과 분석을 통해 마을 단위, 해외동포 등의 독립운동을 확인하고 포상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총 77명의 외국인이 독립유공자로 포상됐다. 포상된 총인원(1만8569명) 대비 0.4%에 불과하다. 좀 아쉬운 숫자라고 생각되는데, 앞으로 외국인 포상을 늘릴 방안이 있는가.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 엄혹한 시대를 헤쳐나오는 데 있어 많은 외국인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학계에서도 한국 독립운동을 지지하고 지원한 많은 외국인을 조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훈부는 최근 외국인 포상 확대를 위해 올해 심사기준을 개선했다. 독립기념관과 공동으로 외국인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독립유공자 포상, 특히 숫자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자료의 부재 등 발굴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어 보인다. 보훈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면서 포상업무를 추진할 계획인지.
“현재까지 포상된 독립유공자는 약 1만8000여 명에 그치고 있으며,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보훈부에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석박사 16명으로 구성된 ‘전문사료발굴분석단’을 마련해 발굴·포상을 전담하고 있다. 적은 인력이지만,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독립유공자를 발굴하는 업무에 자긍심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5년 이후 9091명을 포상했으며, 그중 83%인 7571명을 발굴·포상했다. 예산, 인력 등의 부족 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하며, 독립운동을 한 마지막 한 분을 서훈할 때까지 보훈부는 멈추지 않고 독립유공자 포상업무에 매진하겠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번 광복 80년이 ‘완전한 광복’이자, ‘하나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
―최근 ‘마음의 광복’이라는 말씀을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광복 80년이 된 만큼, 이젠 우리 마음도 광복돼야 할 시점이다. 일본에 매번 사과를 요구하는 것보다는, 극일을 통해 정치, 경제, 문화, 국제인지도, 노벨상 수상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는 게 현실적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현충일 때 강조한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 기조와 관련, 임명 시 특별히 강조한 과제들은 무엇인가. 취임 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과 정책들은.
“보훈정책은 모두 다 소중해서 분야별 경중을 따질 수 없지만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먼저 보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보상 강화를 들고 싶다. 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금 지급, 지역별 참전수당 평준화가 그것이다. 둘째 준보훈병원 제도 도입, 지역 위탁병원 확대를 통해 보훈의료 인프라와 접근성을 개선하겠다. 셋째 독립유공자와 유족에 대한 예우 강화를 통해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겠다.”
―최근 민주유공자법을 이른 시일 내에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훈부는 이전 정부에서 거부권 건의 등 반대 입장이었다. 부산 동의대 사건, 서울대 프락치 사건,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관련자 등을 예로 들며 부적절한 인물들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재 보훈부는 해당 사건들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는가.
“민주유공자법이 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다만,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며, 이 사안은 국회 법안 심사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민주화운동 사망·행방불명·부상자라 하더라도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민주유공자로 등록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범죄와 관련 내란, 외환, 살인, 강간, 강도 등 93개 유형의 범죄는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15대 총선 국회때 최연소
보수정당 출신 ‘통합 적임’
■ 권 장관은
이재명 정부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겸 제3대 보훈부 장관인 권오을(68) 장관은 경북 안동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TK(대구·경북) 출신 정치인이다.
1957년 안동에서 태어난 권 장관은 경북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고려대 정책대학원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으로 합리적인 개혁 보수의 정치를 해왔다. 15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안동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최연소(39)이자 경북 지역 유일한 민주당 당선자로 주목받았다. 16대와 17대 총선에서는 같은 지역구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 사무총장을 맡았다.
‘보수 정당’ 국회의원 출신인 권 장관은 진영을 넘어 보훈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뤄낼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영남 보수권 정치 인사 중 국민통합형 인물로 지난 4월 이재명 캠프에 전격 영입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아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확장과 TK 득표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1957년 경북 안동 △경북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고려대 정책대학원 경제학 석사 △경북도 도의원 △제15대 국회의원(통합민주당, 안동) △제16·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안동) △제17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 △제25대 국회 사무총장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 △납세자의 친구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청조 근정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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