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지지율 반등에 긍정 해석하나

여권 反落이 곧 野지지는 아냐

이념 지형도 진보 우세로 변화

 

민심 오판해 지지층 신뢰 잃어

누가 당대표 돼도 봉합 난망

보수 정당으로 존립 여부 기로

‘보수’가 돌아온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상단 꼭짓점을 찍고 내려서자 나오는 의문이다. 몇몇 여론조사에 이어 한국갤럽 조사(8월 2주)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이 직전(7월 3주)보다 5%P 하락한 59%를 기록했고, 정당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은 5%P가 떨어진 41%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3%P 반등한 22%. 바닥을 쳤다, 일시적이다, 해석이 분분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탄핵 땐 12%가 최저였다. 이번 조사에서 “나는 보수다”(29.5%)는 “내가 진보”(26.6%)보다 많았다. ‘중도’는 31.3%다. 정치 성향 역시 ‘보수 우세’로 뒤집히는 것인가. 국민의힘이 46%에 그친 보수층 지지율만 70% 이상으로 회복하면 정치적 힘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민주당 반락(反落)의 최대 요인은 조국·윤미향 특별사면이다.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상대에 대한 비호감이 곧 나에 대한 호감이 아니듯, 여권에 대한 반감이 보수의 귀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론 흐름을 오독하는 것일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가장 지지율이 높았던 2022년 6월 1주(53%·갤럽 기준)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의 정점인 지난 7월 1주(65%)를 비교하면, 직관적으로 보인다. 3년1개월 새 보수는 6.5%P(33.2→26.7%) 줄고, 진보는 2.4%P(25.9→28.3%) 늘었다. 중도(33.3→34.3%)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인 가운데 진보 우세로 이념 지형이 바뀐 게 맞다. 계층별 변화(8월 2주 기준)를 보면 더 명확하다. 국민의힘을 떠받쳤던 60대의 경우, 보수(21%)와 진보(18%) 간 큰 차이가 없다. 30대는 중도(18%)가 보수(15%)보다 많다. 20대도 보수(16%)·중도(15%)·진보(14%)·무당파(15%)가 도토리 키재기다. ‘젊은 보수’의 힘은 약하다.

무엇보다 사회·경제의 주력 세대인 40·50대는 보수가 13∼16%로, 진보(24%)에 한참 밀린 게 3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생활 수준 상·중산층은 민주당(41%) 지지세가 국민의힘(18%)을 압도한다. 보수의 본향이라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국민의힘(33%)이 민주당(23%)에 앞섰으나, 무당층(42%)이 훨씬 많다. 이러한데 국민의힘이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통 지지층의 생각과 노선을 집권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의심받는다면 더는 주류 정당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실정과 ‘내 편 정치’가 쌓여갈수록 지지율이 하락할 수 있고, 국민의힘은 유리한 여론 변화로 해석하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판이 지난 6·3 대선 실패의 원인 중 하나였다.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민주당은 구여권을 향해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내란 동조 정당이란 공세 프레임을 짰다. 국민의힘은 계엄 반대 입장을 정리했으면서도, 종속적일 수밖에 없는 탄핵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는 편의적인 정세 판단을 했다. 건너지도 못할 ‘탄핵의 강’을 스스로 만든 격이다. ‘반(反)이재명’ 정서를 ‘찬(贊)윤석열’로 가공해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 사람들이 주도했다. 과거와는 다르다며 ‘반성’ 대신 ‘공세’를 주장했고,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깨우쳤다는 ‘계몽령’을 주장했다. 대선 후보 야밤 교체 시도도 서슴지 않았으며, 대선 참패에도 책임을 지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이제, 당면한 현실은 특검 수사와 위헌 정당으로 내몰린 상황에서도 상대의 실책 외엔 기대할 호재도 없는 무력감뿐이다. 유권자 변화를 못 읽고 유튜버 전한길 씨를 내치지 못한 것도, 그들이 아직도 요직과 물밑에서 당을 움직이고 있어서일 터다. 그들에게는 ‘윤 어게인’이 얼마나 민심과 괴리된 것인지를 말하는 것조차 의미 없어 보인다.

새 지도부를 뽑는 8·22 전당대회가 코앞이다. 반탄·찬탄 후보들 간 대결이라고 한다. 77만 명의 책임당원 투표가 80% 반영돼 절대적이다. 전국 유권자(4440여만 명)의 2%도 안 되는 표심을 일반 여론조사로는 알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단판에 끝날 전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윤석열·김건희 폭탄’을 안은 채 갈등을 봉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당(分黨)을 불사한 정체성 대격돌을 몇 라운드라도 벌여야 한다. 보수의 대표 정당으로서 존립 여부는 실상 거기에 달려 있다.

오승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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