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8일부터 철강·알루미늄이 들어간 407개 파생상품에 대해 함량 비율만큼 50%의 품목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변압기, 엘리베이터, 에어컨, 보일러는 물론 통조림 캔, 칼, 포크, 화장품까지 연간 119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수출품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피해 규모별로는 냉장·냉동고가 16억 달러로 가장 크고, 알루미늄 용기에 담긴 화장품이 12억 달러, 변압기가 6억 달러 순이다. 그 여파로 관련 기업의 주가가 요동치는 등 시장 불안도 커졌다. 19일 오전 다소 반등하긴 했지만, 18일에는 HD현대인프라코어 주가가 11.19%, HD현대건설기계 9.7%, LS일렉트릭 6.84% 등의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미국과 상호관세 15% 합의로 급한 불을 껐지만 품목관세로 불길이 옮겨붙고 있다. 이번 조치가 일회성이 아니란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미 상무부는 매년 3차례 미 기업들로부터 관세 부과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번에도 미 철강업계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문제는 국내 피해 기업 1800여 곳 중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란 점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기술 우위에 밀리는 상황에서 그간의 무관세 혜택까지 사라져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다만, 미국이 관세 폭탄을 언제까지 떨어뜨릴지는 의문이다. 지난달 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시장 전망치(0.2%)를 크게 웃도는 0.9%로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월마트·타깃·홈디포 CEO들이 “매장 진열대가 텅 빌 수 있다”고 경고하자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 바 있다.

25일 한미 정상회담이 더 중요해졌다. 정부는 품목관세 인하와 예외 인정, 과세 유예를 끌어내기 위한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에 맞설 대응 카드도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과 달리 현지 생산 능력이 거의 없다. 철강·알루미늄 함량 비율 산정이나 원산지 증명 같은 행정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긴급 지원책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법인세 인상, 노란봉투법 같은 반(反)기업 규제로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다. 보호무역 시대에 수출의 허리이면서 고용의 중추인 중소기업 살리기는 곧 한국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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