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코레일에서 전형적인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19일 오전 경북 청도군 화양읍 경부선 철로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근로자 2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드러난 정황만 보더라도 전형적 인재(人災)에 해당한다. 해당 점검 작업은 위험요인 2m 밖에서 이뤄지는 상례작업으로 열차 운행과 무관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지역이 커브 구간에 수풀이 우거져 있어 부득이 선로 옆 자갈길을 걸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행한 코레일 직원의 열차 감시 경보기는 제대로 작동됐다고 한다.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일어날 수 없는 사고다.
이번 사고는 최근 사회 문제가 된 포스코이엔씨 등 민간기업 사고보다 훨씬 고약하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 취임 이후 4명이나 작업중 사망해 안전 불감증과 관리 소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민간기업 경우엔 사망자 1명만 발생해도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고 최고경영자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지난 8일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DL건설 경우엔 80여 명의 임원·팀장·현장소장이 전원 사표를 제출하고, 모든 공사장의 공사가 중단됐다. 그런 기준을 적용하면, 코레일 사장은 물론, 국토교통부 장관, 심지어 행정부의 수반(首班)인 이재명 대통령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압수수색은 기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생중계되는 국무회의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했고, 정부는 영업정지, 면허취소, 입찰 제한, 대출 중단 등의 강경책을 쏟아냈다. 강력한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처벌 만능주의가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사고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말해준다. 공기업 사고 역시 빈발하고 있다. 현장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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