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자택에서 확보한 5000만 원 관봉권(官封券) 띠지와 스티커 등 핵심 증거를 분실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서 나온 반응이다. 전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의 핵심 피의자이기 때문이다. 일선 검사들마저 “어처구니가 없다” “수사 실무를 고려하면 일부러 봐주려고 한 것 같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관봉권은 한국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새 돈을 넘길 때 십자 모양 띠를 두르고 비닐로 포장한 돈다발을 말한다. 포장재에 지폐 검증 날짜와 담당 직원, 사용장비 등이 표시돼 자금 경로 추적의 실마리가 된다.

서울남부지검은 직원의 실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4월에야 분실 사실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무능 논란’이, 파악 후에도 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마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이 ‘친윤(친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신응석 전 검사장이라는 점에서 검찰 지휘부가 고의로 사건 은폐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검찰은 비상이 걸렸다. 대검 감찰부가 곧장 조사팀을 꾸려 서울남부지검에 대한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을 넘어 신 전 검사장을 포함한 당시 지휘라인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무능이 부른 황당한 사고인지, 조직적 증거 인멸과 은폐인지는 감찰과 수사 등을 통해 밝혀야 한다. 분명한 건 어느 쪽이든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강도 높은 검찰개혁에 명분을 더하게 됐다는 점이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늑장 부실수사 등 검찰의 ‘봐주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검찰청 폐지’ 위기 속에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검찰이 대형 사고를 치면서 국민 신뢰를 다시 한 번 잃고 있다.

노수빈 기자
노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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