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월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협약이 공개되자 ‘굴욕 계약’ 논란이 거세다. 향후 50년 동안 세계 원전 시장의 3분의 2를 포기하고,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막대한 로열티와 납품권을 제공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여당에선 “매국적 불평등 계약”이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대통령실도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지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진 계약”이라고 답변했다. 국내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인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저희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한 수준”이라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는 ‘윈-윈’ 계기라고 평가한다. 오는 25일의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원전 협력이 올라 있고,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은 미국과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해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수원은 이미 2019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외국 업체 중 유일하게 APR1400 원자로로 설계 인증을 받아내 미국 내에 원전 건설·운영이 가능하다. 조선 산업의 ‘마스가(MASGA)’에 이어 한미 원전동맹이 가시화하는 셈이다.
미국 자체가 세계 최대의 원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원전 르네상스’ 행정명령에 서명해 2050년까지 300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다. 20일에는 “태양광·풍력 발전은 세기적 사기”라며 다시 한 번 원전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다. 그동안 한수원은 원전 32기를 건설하며 시공 역량을 축적해 왔다. 미국의 원천 기술과 한국의 설계·시공 능력이 손 잡으면 세계적 주도권을 확고히 할 수 있다.
그동안 자격 미달로 예선에서 연거푸 탈락했던 미 웨스팅하우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한수원을 제치고 폴란드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이렇게 복잡한 국제 원전 시장에서 웨스팅하우스와 협력은 종속이 아니라 상호 보완을 통한 새로운 기회로 봐야 한다. 코러스(KOR+US) 원전동맹으로 원전 르네상스의 지평을 열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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