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AI 스승
■ 플라톤 ‘메논’
질문 던지고 답 유도
‘산파술’ 교육법처럼
잠재력 끌어내 줘
적절한 정보 제공에
공감능력 있고 탈권위
이상적인 교사상
한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말했다. “인공지능(AI)이 놀랍게 발전했어요. 웬만한 대학원생들보다 더 똑똑한 것 같더군요.” 그러자 대학원생들이 반색했다. “맞아요, 교수님. 인공지능이 웬만한 교수님보다 나은 것 같아요.” 서로를 머쓱하게 만든 이 대화는 미래 교육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덜 권위적이며 더 많은 배려심과 공감 능력을 갖춘 이상적인 교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2024년에 도입된 생성형 인공지능의 ‘배우고 공부하기’ 기능은 그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보자. “이스라엘과 이란이 싸우는데, 미국은 왜 개입해서 이란을 공격했나?”라고 물었다. 인공지능은 “좋은 질문이야. 그런데 먼저 네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부터 확인해도 될까?”라며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갈등, 미국과 이란의 관계,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에 관해 묻는다. “대답하기 너무 어려워. 잘 모르겠어”라고 하자, 인공지능은 “지금 당장은 몰라도 괜찮아. 사실 아주 복합하고 어려운 문제야”라고 하더니, 이 문제에 접근할 때 필요한 몇 가지 정보를 제공한 후에 “그럼 이제 ‘왜 미국이 끼어드는가?’라는 문제를 풀어보자”라며 세 가지 이유를 정리해 준다. 1) 미국은 이스라엘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2) 미국은 이란에 대해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3) 중동 지역의 안정성과 석유 공급 문제에 미국은 많은 관심이 있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어떤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은가?”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답하자, 인공지능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다음, 윤리적 판단의 문제로 넘어가면서 묻는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하니?”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런 교사를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친절하게 학생을 배려하며 차근차근 학습을 유도하는 교사를 만난다면, 고맙고 감동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화의 모범은 서양철학의 본격적인 길을 열었던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에서 찾을 수 있다. 플라톤의 ‘메논’이라는 작품에서 소크라테스는 기하학을 모르는 노예 소년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 정사각형의 넓이의 두 배가 되는 정사각형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 처음의 정사각형 네 개로 큰 정사각형을 그리게 한 뒤, 작은 네 개의 사각형에 대각선을 그어 각 사각형을 두 개의 삼각형으로 나누게 하였다. 노예 소년은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를 통해 처음 사각형의 두 배가 된 사각형을 거뜬하게 그려냈다. 노예 소년은 물론 지켜보던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문답식 교육 방법을 ‘산파술’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그 누구도 섣불리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 ‘지혜(sophia)’를 ‘사랑한다(philo-)’는 ‘철학(philosophia)’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리를 향해 탐구해 나가는 노력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무지를 고백한 뒤에,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 질문을 계속 던졌고, 답을 유도한 후에 그 답이 갖는 문제점을 계속 제기하며 질문과 반박을 심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상대가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고백할 때,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새롭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을 던졌다. 상대자가 그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방향으로 해답을 찾아 나가며 깨달음에 이를 때, 소크라테스는 정신적 산파 역할을 다했음에 만족해했다. 상대자의 깨달음은 소크라테스가 주입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영혼 속에 이미 깃들어 있던 것, 그러나 망각되어 잠들어 있던 것이 상기되는 것이었다. 이는 마치 산파가 임부가 품고 있던 태아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과 같다. 상대가 자기 안에 품고 있던 것을 깨닫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방법이 철학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라면, 좋은 스승은 많은 정보와 지식으로 학생들의 머리를 채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런 훌륭한 교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은 좋은 교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바람직하지 않을까?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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