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AI 스승
■ 한유(韓愈), 사설(師說)
주제조사 → 검토 → 결론
사람 평균역량 비교땐
AI가 더 나은 수준
수평적인 관계로
학습도움 원한다면
‘스승벗’으로 지내야
어느덧 대학에서도 교수사회, 학생사회 할 것 없이 ‘지식의 외주화’ 현상이 널리 퍼지고 있다. 지식의 외주화란 지식을 직접 연마하여 내면에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적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대신에 그러한 활동을 인공지능(AI)에 상당 부분 의존하거나 그것에 내맡김을 말한다.
이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며 웬만한 사람을 능가하는 지적 역량을 발휘해 왔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디지털 초인공지능’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주제를 구성하고 관련 지식과 정보를 조사, 정리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주제에 맞게 내용을 작성하고 결론을 내리는 일 등을 인공지능이 인간만큼, 아니 인간보다 더 낫게 수행하는 것은 이제 낯설 것 하나 없는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니 인공지능이 사람을 가르치겠다고 나서는 것이, 기분은 살짝 언짢을지언정 그리 놀랄 일은 아닌 듯싶다. 근자에 들어 교육용 인공지능 기능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하는 말이다. 챗GPT가 출시한 ‘스터디 모드’ 기능이나 구글의 ‘제미나이 포 에듀케이션’, 앤스로픽의 ‘클로드 포 에듀케이션’ 같은 기능이 그것이다. 이들은 문제를 제시하면 답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사용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해당 문제와 관련된 지식을 기초부터 하나씩 이해하게 해준다. 복잡한 문제는 주제별로 나눠 체계적으로 답을 제공해줌으로써 사용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답만 달랑 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 답이 도출되었는지를 이해하도록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셈이니 영락없는 ‘인공지능=스승, 사용자=학생’인 모양새다. 그런데 과연 인공지능을 스승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일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잠식해갈 때마다 사람들은 그럼에도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 유력한 근거는 사람이 이룩해가는 성취를 인공지능은 절대 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절대 해낼 수 없다는 성취의 대부분은 사람 중에 빼어난 역량을 지닌 이가 이룩한 성취다. 그러니까 사람 중에 뛰어난 사람의 역량과 인공지능의 역량을 비교하고는 이를 근거로 인공지능은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의 평균적 역량과 인공지능의 그것을 비교해 본다면? 그 결과를 놓고서도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해갈 때 탁월한 역량을 일상적으로 요구받지는 않는다. 평균적 역량이라고 할까, 그 정도를 일상적으로 요구받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사정이 이와 같기에 대학생은 물론이고 교수의 지적 활동을 준수하게 대신해주는 인공지능의 수준은 인간의 평균적 역량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뒤처진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스승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옛적 당나라에 한유라는 대학자가 있었다. 그는 ‘스승에 대한 논설’이라는 뜻의 ‘사설’이란 글에서 “도가 있는 곳에 스승이 있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자신은 나이가 많은지, 지위가 높은지, 양반인지 등을 따지지 않고, 배울 것이 있으면 그를 스승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가 연장자이거나 고위직이어서, 교사나 교수여서 스승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를 통해 배울 수 있기에 그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스승은 어디까지나 학습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승 삼기에서 핵심은 인공지능이 나를 가르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통해 배울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아닌 기계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면 이는 어떠한가? ‘스승벗’이라는 관계 말이다. 벗은 도움이 되는 존재이고 벗 사이의 관계는 수평적이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수평적 관계를 맺되 그것을 통해 배워간다면, 그렇게 나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간다면, 인공지능을 스승벗으로 삼는 것이 한층 이롭지 않을까도 싶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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