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봉이 그리기

이초혜 글·그림│ 이야기꽃

아빠가 그랬다. 그리움은 행복이라고.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우면 눈물 나던데, 가슴 미어지던데. 어떻게 그리움을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런데 작가 이초혜가 그랬다. 그리움은 사랑이라고. 그가 직접 밝힌 말은 아니다. 그의 첫 창작 그림책 ‘도봉이 그리기’에 짙게 배어 있는 마음이 그것이다. 열두 해를 살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 도봉이를 무척이나 그리워하던 작가는 연필을 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아팠지만 그림 그리기만은 계속했다. “그릴 때마다 도봉이가 하나씩 더 생기기 때문”에.

잠든 도봉이가 보인다. 온몸을 바닥에 붙이고 두 눈을 꼭 감은 채다. 코 고는 소리가 낮게 들리는 듯하다. 도봉이를 불러본다. 두세 번 더 이름을 부른다. 그제야 단잠에서 깬 도봉이의 귀가 쫑긋해지는 건 바로 산책가자는 말 덕분이다. 정말이냐고 되묻는 듯이 갸우뚱 기운 고개, 깨끗이 빛나는 눈동자, 납작한 코, 비뚤비뚤하게 난 이빨이 보인다. 금방이라도 엉덩이를 방실대며 책 밖으로 걸어 나올 듯이 생생한 모습이다.

작가는 도봉이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그렸다. 한낮 햇볕 속에서 잠든 따스함, 피곤함을 잊고 산책할 때 느낀 활기, 쫓기듯 보낸 하루 끝에 도봉이 곁에서 되찾은 포근함. 함께했기에 알게 된 감각과 감정들을 불러내며 책을 완성했다. 도봉이 그리기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핸드폰 속 561장 사진을 따라 한 장 한 장 그림을 쌓아 간 시간은 도봉이와 다시 인사를 나누는 의식이었으리라. “그릴 때마다, 함께한 순간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도봉이 같은 존재가 있다. 오래 함께한 반려동물이든 가족이든 마음속에 남은 친구든. 나긋이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 있다. 떠올리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동시에 잊고 있던 한 시절의 웃음과 온기가 밀려든다. ‘도봉이 그리기’는 그리움이 단지 고통이 아니라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품은 그리움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그리고 따뜻하게 바꾸어 놓는다. 32쪽, 1만5000원.

남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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