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더덕은 맛있다. 뜨거운 탕 속에 들어있는 손가락만 한 이것을 아무 생각 없이 오도독 씹다가 입천장을 데지 않으면 그렇다. 이렇게 맛있게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이름의 첫머리를 한자 ‘味(맛 미)’와 관련짓고 싶어진다. 생김새는 더덕과 비슷한 것이 맛도 있으니 당연하게 여겨지고, 그도 아니라면 ‘美(아름다울 미)’라도 갖다 붙이고 싶다. 그러나 아니다. 이름만을 보면 미더덕은 ‘미나리’와 사촌간이다.
‘미나리’의 ‘나리’는 알겠는데 ‘미’는 무엇일까? 한글이 없었던 시절 이 식물의 이름을 한자로는 ‘水乃立’로 썼다. 이는 한자의 음과 뜻을 모두 활용해 읽어야 하는데 물에 사는 나리란 의미의 ‘믈나리’를 적은 것으로 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더덕’ 또한 물에 사는 더덕이란 의미의 ‘믈더덕’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본다. ‘믈’과 ‘미’의 거리가 꽤 멀어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받침의 ‘ㄹ’이 소리가 바뀌어 ‘믈’이 ‘믜’가 된다. 이 ‘믜’가 ‘미’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더덕에 나타난 이 변화는 의외로 지명 ‘대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지명을 오늘날에는 한자 ‘大邱’라 쓰지만 고유어 이름은 ‘달구벌’이다. ‘달구’가 ‘대구’가 되는 것 또한 받침 ‘ㄹ’의 변화로 설명된다. ‘ㄹ’의 변화에 따라 ‘믈’이 ‘믜’가 되듯이 ‘달’도 ‘대’가 된다. 받침의 ‘ㄹ’이 모음의 일부가 되는 마법의 결과이다.
‘미’가 ‘물’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미끌미끌’이나 ‘미꾸라지’ 등등에 쓰인 ‘미’도 물과 관련짓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바닥에 물이 있으면 미끄럽고 미꾸라지는 물에 사니 개연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미꾸라지는 물고기의 일종이니 본래 물에 살고 ‘미끌’과 같은 의성어는 두 번째 소리 ‘끌’도 설명해야 한다. 미나리의 상큼한 맛과 미더덕의 달큼한 맛에 취하면 더 과감하게 나가고 싶기는 하다. 그러나 말의 뿌리에 대해 너무 욕심을 부리다 보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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