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정청래, ‘국힘=내란정당’ 무시

원내 2당 부정은 反정치 행위

반대 야당 사라지면 일당 독재

 

정당 운명 결정 당원과 국민 몫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면 안 돼

여야 관계 회복·정상화 나설 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정치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광복절(15일) 등 공식 행사장에서 옆에 앉은 송언석 국힘 원내대표와 악수는커녕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으며 “악수는 사람하고 한다”고 무시했다. 국힘 해체를 위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집권 여당 대표로는 전례 없는 행태다.

계엄과 탄핵, 대통령 선거 패배 후에도 국힘이 ‘윤 어게인’ 논란 등 민심과 동떨어진 퇴행적 행태를 보이는 건 사실이다.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서 적은 숫자 타령만 하고 있다. 내란 등 3대 특검의 칼날에 당이 풍비박산 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여당 대표가 국회의원 107명이 속한 원내 2당을 부인하거나 해체를 시도해선 안 된다. 이는 대의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일이다. 최근 국힘의 당 지지율은 19∼37%(전국지표조사 8월 3주차 19%, 리얼미터 8월 2주차 조사 36.7%) 정도다. 욕을 하면서 국힘을 통해 정치적 의견을 나타내는 국민이 그만큼 실재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상대를 인정해야 시작된다. 국힘 부정은 정치 자체를 파괴하는 반(反)정치 행위다.

정 대표는 국힘 해체를 위해 첫째로 ‘내란 정당’ 이유를 댔다. ‘12·3’ 비상계엄 해제 국회 표결을 앞두고 국힘 의원 대부분이 우왕좌왕하는 정치적 실수를 했다. 하지만 한동훈 당시 대표가 표결 참여를 독려했고, 18명이 참가해 모두 해제에 찬성했다. 내란특검 수사를 통해 의원 중 일부가 표결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그것은 정치인 개인에게 ‘동조’ 혐의가 있는 것이지, 당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 한심할지는 몰라도 국힘이 내란 정당은 아니다. 내란에 동조한 혐의가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있었던 것처럼 단정하고, 설령 있더라도 일부 행위를 전체 행위로 판단한다면 일반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그는 “내란예비음모와 내란선동 혐의(이석기 내란음모사건)만으로 통합진보당이 해산됐다”며 “국힘은 10번, 100번 해산감”이라고 했다. 잘못된 말이다. 통진당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하나로 해산된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해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했기’ 때문이다. 당 전체가 정당 해산 조건인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배’했다고 봤다. 국힘은 당헌에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적시한 보수 정당이다. 거짓말은 남을 속이는 것이지만 정치에서 거짓말은 사실과 진실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이용된다.

세 번째로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조항(헌재법 제55조)에 ‘국회 본회의 의결’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압도적 의석을 갖고 폭주해 온 민주당이 정당 해산 심판 청구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은 정당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 해산 조건과 과정(제8조 제4항)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정당 특권’이라 한다. 헌재법을 바꿔 청구 조건을 추가할 경우 위헌 논란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힘은 회복이 가능할지 의문일 정도로 만신창이다. 8·22 전당대회 역시 비전도, 가치도, 성찰도 없는 행사로 끝나게 됐다. 이럴 바에야 자진 해산하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의 운명은 당원이 결정하고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정 대표가 관여해선 안 될 일이다. 국힘 실체를 부정하고 해산하려 든다면 정치는 전쟁이 된다. 만약 국힘이 없어지고 민주당만 남는다면 정치는 민주당의 소유물이 되고, 일당 독재가 된다. 친여 성향의 야당이 존재한다 해도 권력을 나눠 가지는 비민주적 과두 체제일 뿐이다.

정치는 상대적이다. 국힘이 해체된 이후 정국에서 정 대표의 입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정 대표가 이제라도 국힘을 인정하고, 정치 복원과 정상화에 나서길 바란다. 헌재는 통진당 해산 이유 중 하나로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을 기본 원리로 하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정면으로 저촉된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유병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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