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우리 사이 햇빛
조은비 글·국민지 그림│ 길벗스쿨
책 표지 그림부터 심상치가 않다. 할머니, 어린이, 엄마… 모녀 삼대의 이야기인 듯싶은데 인물들은 각각 프레임 속에 갇혀 저마다 불편한 표정을 짓고 서 있다. 프레임을 없애고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세 인물이 다정한 표정을 짓고 사이좋게 서 있다면 보는 이의 마음이 훨씬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책 표지 그림과 책 제목은 억지로 프레임을 없애려 하지 않고, 프레임 사이로도 얼마든지 햇빛이 비출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강자임, 서희연과 서재희, 고혜준과 고혜나, 이 모녀 삼대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계속 삐걱댄다. 모녀 사이도, 자매 사이도, 어느 관계 하나 평온하지 않다.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가족인데도 여성 서사에서 흔히 기대하는 여성 연대의 아름다운 그림 같은 걸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가족 사랑’이라는 구호를 당위적인 전제로 쉬이 내걸지 않는다.
강자임은 손녀가 찾아와도 평소대로 즉석식품으로 밥상을 차리는 할머니다. ‘여성 가족 = 집밥 = 사랑’이라는 공식을 멀리 날려 보낸다. 자신에게 독립적인 만큼 가족에게 덤덤하고, 말 대신 행동으로 필요한 일을 한다. 서희연은 엄마 강자임과 딸 고혜준에 대한 걱정을 자기 방식대로만 해소하려고 한다. 아픈 손가락에 향하는 유난한 관심이 다른 손가락을 서운하게 만든다. 고혜준은 할머니와 엄마의 갈등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느라 어린이에게 주어져도 마땅한 짐 이상을 아슬아슬하게 감당한다.
모녀 삼대의 삐걱거림을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우리네 가족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을 서서히 하게 된다. ‘가족 사랑’이라는 구호 아래 슬쩍 덮어 놓고 밀쳐두었던 진짜 모습을 보게 한다. 가족의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가족의 사랑이 발견된다. 화목한 가족으로 얼렁뚱땅 봉합하는 이야기보다 바로 이 책에서 말이다. 184쪽, 1만5000원.
김유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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