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藥(약 약)’이다. 고유어가 있었을 법도 한데 한자로만 남아 있는 말로서 병이나 상처 따위를 고치거나 예방하기 위해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는 물질을 가리킨다. 이 풀이에 따르면 병을 고치고 생명을 살리는 데 쓰는 것이다. 논밭에 치거나 쥐가 다니는 길목에 놓는 것도 약이지만 이것은 생명을 죽이기 위한 것이다. 인명 살상을 위한 총알 뒤에 재는 것, 전자제품에 넣는 것, 구두에 광을 내기 위한 것도 약이니 세상에는 너무 많은 약이 있다.
한의약, 그리고 약선요리나 건강식품을 다루는 이들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을 많이 쓴다. 약(藥)과 음식(食)은 근원이 같다(同源)는 뜻인데 이 말에서 ‘약’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동식물을 비롯해 온갖 것을 먹는 것이 인간인데 그중에서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을 약으로 분류하거나 이런 것들을 합성해 약으로 개발하기도 한다. 이 약성이 독성(毒性)이 될 수도 있으니 ‘독약(毒藥)’도 가능하고 이것을 줄여 약이라고 하기도 한다.
효능을 높이기 위해 성분을 농축하기도 하는데 불의 기운을 농축하면 ‘화약(火藥)’이 되고 기름진 성분을 잘 조합하면 ‘광약(光藥)’이 되고 그것을 구두에 쓰면 구두약이 된다. 문물이 발달하면서 전기적인 힘을 작은 물질에 축적해 놓은 배터리도 약이라고 한다. 배터리를 바꾸면 멈췄던 시계도 다시 가니 이 약은 소생의 약이다.
이런 약들은 그나마 이로운데 지극히 해로운 약도 있다.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바치는 뇌물도 약이라고 한다. 뇌물을 먹이는 이나 먹는 이를 제외한 모든 이에게 해로우니 사라져야 할 약이다. 이보다 몇 배나 해로운 약은 역시 ‘마약(痲藥)’이다. 한자 ‘痲(저릴 마)’만 보면 몸과 정신을 마비시킨다는 뜻이지만 ‘魔(마귀 마)’로 보고 싶은 약이다. 빠져들면 끝이 없고 치료할 약도 없으니 손대지 않는 것만이 최선인 그런 약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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