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

 

‘프록시마-b’ 밤에 보이는 태양

지구의 밤하늘선 보이지 않아

 

낮에만 볼 수 있는 태양이기에

우린 종종 별이라는 사실 잊어

 

다른 관점으로 세상 바라보는

인지적 자각으로 시각 넓혀야

태양도 별이다. 중심부에서 핵융합 작용을 하면서 빛을 내는 천체를 별이라고 한다. 별의 중심부에서는 양성자와 양성자가 합쳐져 하나의 원자핵이 되는 핵융합 작용이 일어나는데,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빛으로 바뀌어서 나온다. 이 빛을 별빛이라고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태양도 밤하늘에 떠 있는 숱한 별들과 다를 것 없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태양이 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아마 태양은 밤하늘에선 볼 수 없는 유일한 별이기 때문일 것이다. 태양이 하늘에 떠 있을 때를 낮이라고 하고 태양이 하늘에 보이지 않을 때를 밤이라고 정했으니, 태양을 밤하늘에서 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태양이 압도적으로 밝기 때문에 우리는 태양이 별임을 잊어버리곤 한다.

태양계처럼 별이 있고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이 있는 집단을 항성계 또는 행성계라고 한다. 가끔 다른 태양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태양계를 포함해서 수천억 개의 항성계가 모인 집단을 우리은하라고 한다. 우리은하 같은 은하가 관측 가능한 우주 속에는 1조∼2조 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는 빛의 속도로 4년이 조금 넘게 가면 다다를 수 있는 켄타우로스자리 알파 시스템이다. 태양계에는 별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데 이 항성계에는 별이 3개나 있다. 항성계에 별이 여럿인 경우는 꽤 흔하다. 켄타우로스자리 알파 시스템에서는 말하자면 태양이 3개인 것이다. 이 항성계에서 ‘프록시마-b’라고 불리는 행성이 발견됐다. 이 행성 외에 다른 행성의 발견 소식도 들린다. 이처럼 태양계 밖에서 발견된 행성을 외계행성이라고 한다.

켄타우로스자리 알파 시스템에 속한 프록시마-b라는 행성에서는 밤과 낮에 대한 정의가 지구와는 좀 다를 것이다. 자신들의 태양이 3개 모두 떠 있는 낮, 2개만 떠 있는 낮, 1개만 떠 있는 낮을 가리키는 용어가 따로 있을 것이다. 밤은 별 3개가 모두 보이지 않는 때를 말할 것이다. 프록시마-b에 사는 외계인들이 그들의 밤하늘에서 절대 볼 수 없는 별은 그들의 태양들일 것이다. 우리가 지구의 밤하늘에서 태양이라는 별을 절대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우리처럼 그들의 태양들이 별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낼지도 모른다.

지구의 밤하늘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별인 태양을 프록시마-b에서는 밤하늘에 볼 수가 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태양은 그저 밤하늘의 별들 중 하나일 것이다. 지구의 밤하늘에서 꽤 유명한 별자리가 있다. 큰곰자리의 북두칠성이 그중 하나다. 북극성을 가운데 두고 북두칠성과 대척점에 있는 별자리가 카시오페이아자리다. 보통 5개의 별이 보인다. 밤하늘에서의 위치에 따라 5개의 별이 M자 또는 W자 모양으로 보인다. 프록시마-b의 밤하늘에서 태양은 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지구와 프록시마-b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기에 그곳 밤하늘에서 태양은 밝은 1등성 별로 보인다. 우리는 밤하늘에서 태양을 결코 볼 수 없지만, 그들은 밤하늘에서 늘 태양을 만난다. 그들이 보지 못하는 그들의 태양들을 우리는 지구의 밤하늘에서 늘 만나면서 지낸다.

단 하나의 별만 있는 태양계에 사는 지구인들에게 태양은 절대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밤하늘에 보이는 다른 별들과 나란히 있지도 않기에 우리는 태양도 별임을 종종 잊고 지낸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늘 태양처럼 중심에 있는 사람을 우리는 때로는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는 건 아닐까. 신화화하고 신격화해서 오히려 그 진가를 가리고 고립시키고 있지는 않을까.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은 자신이고 태양이고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별들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을까. 지동설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여전히 천동설의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을까.

직관은 우리에게 태양은 태양이고 별은 별이라고 이야기한다. 직관은 우리에게, 나는 유일한 나이고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구에서는 밤하늘에 볼 수 없는 태양을 프록시마-b의 밤하늘에서는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 곳으로 프레임을 옮겨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지적 자각을 한다면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태양 아래 사는 우리에게 유일한 것은 직관적인 화두일 수밖에 없고 패러다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별이 2개나 3개가 떠 있는 공존의 낮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적으로 이해한다면 직관적인 유일함의 협곡에서 벗어나서 다양성에 대한 인지적 자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너무 직관적이고 익숙해서 당연한 것들에 의심을 품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질문이 생길 것이고 그래서 인지적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세상을 조금 더 포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밤하늘의 태양을 인지적으로 본다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을 멀리서 반추한다는 것과 같다. 더 멀리 있는 곳에서 우리 자신을 비춰보는 노력은 성숙한 사람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가끔 궁극적인 타자가 되어 보는 것, 궁극적인 타자의 입장에 서 보는 건 어쩌면 우리 자신을 위한 가장 이기적인 작업이기도 할 것이다. 별은 늘 성찰을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별들은 그저 밤하늘에 떠 있을 뿐이지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명현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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