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李 “너무 세면 여론 나빠져”

鄭 “폭풍처럼 몰아쳐 해치워”

검찰 폐지 둘러싸고 당.정갈등

 

임은정 ‘검찰 개혁 5적’ 공세

검찰 폐지하면 정치인만 살판

국민은 형사·사법 지옥 빠져

(이재명 대통령) “우리가 다수당이기 때문에 강자가 너무 세게 하면 국민의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

(정청래 대표)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우자.”

(이) “검찰 개혁에 대해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하라.”

(정) “개혁은 자전거 페달과 같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는 쓰러진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국무회의와 의원연찬회에서 한 말이다. 대면해서 한 말이라면 서로 불편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정 대표 선출 이후 아직 독대를 하지 않았다. 처음엔 경선에서 낙선한 박찬대 의원과 함께 만났고 지도부 등과 함께 여럿이 만났을 뿐이다. 정 대표도 친명의 범위에 포함되지만, 서로 그렇게 살가운 사이는 아니다. 이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했을 때 같은 정동영계(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였지만 정 대표는 초선이었고, 이 대통령은 부대변인에 불과했다. 20여 년이 지난 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됐다. 정 대표 입장에서 그간의 역정을 돌아보면 여러 생각이 들 것이다.

양측 다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이른바 ‘검찰 개혁’, 직설적으로 하면 검찰 폐지를 놓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피할 수 없는 대립으로 가고 있다. 만약 여기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구상대로 검찰청을 검찰청(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나눠 법무부 산하에 두게 된다면 이 대통령의 헤게모니는 지켜질 것이다. 그러나 정 대표의 측근인 민형배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주장대로 검찰이라는 이름을 없애고 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산하로 두는 식으로 된다면, 이 대통령의 장악력은 상처를 입는다.

며칠 전 민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 장관을 향해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지 우려된다”고 했다. 야당 인사가 한 말처럼 들린다. 기자회견을 정 대표가 직접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확대해석하자면, 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대통령 본분에 충실한 건지 우려된다”라고 한 것처럼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야당 시절 벌어졌다면 아마 ‘개딸’은 ‘우리 잼파파를 공격하는 정청래’를 왕수박이라고 공격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개딸은 정 장관을 왕수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제 개딸의 리더가 ‘잼파파’가 아니라 ‘청파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조짐마저 보인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은, 이 대통령이 임명한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이진수 법무부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노만석 대검차장, 김수홍 검찰과장을 ‘검찰 개혁 5적(賊)’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지하 시인이 박정희 시대에 관료, 국회의원 등을 ‘5적’이라는 시로 질타한 것을 비유한 것이다. 현직 검사장이 조국혁신당과 촛불행동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런 주장을 한 것도 충격이지만, 그를 동부지검장에 앉힌 것도 이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도적들에 포위돼 있다고 한 것인데 이런 하극상이 없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정치 검찰’의 최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5개 재판을 받고 있다가 대통령이 돼서야 재판이 임기 이후로 연기됐다. 아마 2000명 검사를 다 해고해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면 다른 차원의 문제가 생긴다. 국민 전체를 볼 수밖에 없고, 검찰은 대통령의 권력행사에 필요한 ‘잘 드는 칼’이다. 검찰을 폐지해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본다면, 비난은 이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또, 칼이 없는 대통령을 여당 국회의원들이 무서워할까.

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직접 토론회를 열고 자신이 사회를 보겠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검찰 개혁을 놓고 ‘검사와의 대화’를 주재한 장면이 떠오른다. 이미 검찰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 다 정해졌고 힘 있는 여당이 밀어붙이면 되는데 왜 이런 토론회를 열자고 하는 것일까. 민주당안대로 했을 경우 정작 권력을 가진 정치인과 돈 많은 사람들만 법망을 빠져나가고 일반 국민은 ‘형사·사법 지옥’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수사한다고 검찰을 없애버리는데 앞으로 누가 정치인 수사 하겠나. 여권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옛말을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

이현종 논설위원
이현종 논설위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3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