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9일 한국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만 첨단 장비 반입을 금지해 비상이 걸렸다. 대중 반도체 통제의 예외 조치로, 사전 승인한 기업은 최첨단이 아닌 핵심 장비를 반입할 수 있게 허용했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것이다. 두 회사는 건건이 승인받아야 한다. 상무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허점을 메웠다고 밝혔지만, 미 AMD 등의 중국 내 연구개발 센터는 물론, 대만의 TSMC도 종전대로 혜택을 유지했다. 한국만 때린 제재가 명백하다.

이번 조치가 12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시행되면 삼성·SK는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삼성의 시안 1·2공장은 해외 유일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기지로, 전체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SK의 우시 공장 역시 전체 D램 생산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생산기지다. 최첨단보다 낮은 단계지만, 핵심장비 반입이 막히면 당장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시설의 업그레이드를 못 해 경쟁력 자체를 잃게 된다. 고사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4일 만에 트럼프 행정부가 최혜국대우를 약속했던 K-반도체를 겨냥해 돌연 차별 규제에 나섰다. 합의문도 공동 발표도 없었던 정상회담 직후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 충격 조치엔 한국의 대중 봉쇄 참여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8일부터 엔비디아·AMD 등에는 일종의 통행세를 조건으로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다. 이중 잣대다. 미국이 일본에 합의에 없던 쌀 수입 확대와 농산물 관세 인하를 추가 요구하는 것은 반면교사다. 일본이 약속한 5000억 달러의 투자를 명시하라는 압박이다.

미국은 한국에도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고도 아직도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채 3500억 달러의 투자 패키지의 세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혼돈 속에 8월 대미 수출은 12%나 줄었다.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더욱 경각심을 갖고 후속 협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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