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Economy - 빅테크 ‘고액 연봉 공세’

 

저커버그, 손수나서 10여명 영입

24세 연구자 2.5억달러에 데려와

 

MS, 6개월간 구글서 20명 옮겨

구글, 24억달러에 스타트업 인수

 

일각 “스타트업서 연구진 빼가기

실리콘밸리 혁신동력 저하”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핵심 자원인 AI 인재들의 영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이 고액 연봉을 받고 팀을 ‘이적’하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처럼 AI 인재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주도의 영입전 과열로 스타트업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실리콘밸리의 혁신 동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AI 인재 영입 경쟁에 몸값 ‘고공행진’= ‘고액 연봉 공세’로 AI 인재들의 연봉 테이블을 뒤흔들고 있는 대표적인 그룹은 바로 메타다. 메타는 CEO가 직접 나서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경쟁사인 애플과 오픈AI에 속한 고급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I를 만들겠다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프로젝트에 AI 분야 연구원과 엔지니어,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수개월간 AI 인재들에게 직접 연락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달하는 파격적 조건을 제안해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이 같은 방법으로 최근 10여 명의 AI 인재를 영입했다.

저커버그 CEO는 올해 여름 스타트업 베르셉트(Vercept)를 공동 창업한 24세 AI 연구자인 맷 다이트케에게 전화를 걸어 4년간 약 1억2500만 달러 규모의 주식과 현금 보상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저커버그 CEO는 다이트케를 직접 찾아가 4년간 2억5000만 달러(1억 달러 첫해 지급)를 제시해 결국 영입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알렉산더 왕 스케일AI CEO를 스카우트해 ‘초지능’ 프로젝트 총괄을 맡겼고 성지아 자오 전 오픈AI 수석과학자이자 ‘GPT-4’ 공동개발자도 끌어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딩 협업 플랫폼 깃허브(GitHub) 전 CEO인 냇 프리드먼까지 합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구글 딥마인드를 거친 오픈AI 취리히 연구진도 메타행을 택했다. 애플에서 AI 모델 개발을 총괄하던 뤄밍 팡 영입에도 2억 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MS도 지난 6개월 동안 구글 딥마인드에서 20명 이상의 직원을 영입했다. 최근 9000명 인원 감축을 통한 비용절감을 발표한 MS가 AI 인재 영입에는 거액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구글에서 16년간 근무하며 최근까지 AI 모델 제미나이 어시스턴트 개발을 이끈 엔지니어링 부사장 아마르 수브라마냐는 자신의 링크트인에 MS의 AI 조직 부사장(CVP)으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구글에서 18년간 근무하며 딥마인드에서 수석 엔지니어 및 디렉터로 활동한 애덤 새도브스키도 MS 부사장으로 이직했다. 7월 초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엔지니어링 리더였던 소날 굽타도 MS AI 팀에 합류했다.

스타트업의 CEO와 연구원을 영입하는 방식도 두드러지고 있다. MS는 지난해 스타트업 ‘인플렉션AI’의 무스타파 술레이만 CEO와 직원들을 영입하면서 6억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구글도 최근 AI 코드 생성 스타트업 윈드서프를 24억 달러에 인수하며 CEO와 연구원들을 영입했다.

스포츠 시장으로 변한 AI 인재 시장=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실리콘밸리의 AI 인재 전쟁이 NBA 스타 시장과 비슷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연구자들이 마치 스포츠 스타들처럼 수억 달러에 달하는 보상 패키지를 몇 년에 걸쳐 지급받는 방식으로 스카우트되고 있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차이점은 NBA 구단과 달리 메타, 오픈AI, 구글과 같은 거대 AI 기업에는 ‘샐러리 캡’(연봉 상한선)이 없어 경쟁이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AI 인재 영입이 마치 스포츠 트레이드 마감일 전의 분위기처럼 SNS에서 하나의 구경거리가 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MS 연구 책임자인 피터 리는 2014년 AI 인재 시장을 신인 프로풋볼 선수 시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당시 AI 연구자 중 상당수는 연간 약 100만 달러를 받고 있었다. 2022년 오픈AI가 챗GPT(ChatGPT) 챗봇을 출시하면서 기술 선도 경쟁이 본격화하자 AI 연구자들의 협상력도 함께 커졌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 요인은 ‘희소성’이었다. 첨단 AI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기술적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은 극히 소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연구자들의 보수는 연 수억 달러 수준까지 수직 상승했다.

영입전 과열에 혁신 동력 저해 우려= 일각에서는 영입전 가열이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이끌어 오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스타트업의 배를 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SJ는 대형 AI 기업이 스타트업의 CEO와 연구진을 빼가면서 실리콘밸리의 혁신 동력을 담당했던 스타트업을 폐허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빅테크들은 이전에도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이용해 뛰어난 스타트업을 고가에 고스란히 인수하는 방식으로 ‘천재 개발자·연구자’와 기술력, 특허 등을 확보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타트업 전체를 인수하는 대신 창업자 등 핵심 인재만 빼내 가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 같은 ‘역인재인수’(reverse acquihire) 방법은 스타트업에 제대로 된 보상을 안겨주지 않는 문제가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해 빅테크에 인수되거나 주식 가치로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혁신을 이어왔지만, 스타트업에 합류할 인재들이 안정적인 빅테크행을 택하게 돼 스타트업의 인재풀은 얕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품으며 지속적인 혁신을 꾀했던 빅테크 기업에도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