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트럼프와 측근 말폭탄

 

지난달 열린 韓·美 정상회담 전

트럼프 ‘숙청·혁명’ SNS글 파장

루머·배넌 등의 발언 영향인듯

 

“오해 풀었다”고 언급했지만

美의 불신 염두하고 대응해야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SNS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Purge or Revolution)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간 미국 내 일부 극우 인사들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언론과 만나 “오해”라고 설명, 일단 봉합됐지만 언제라도 다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SNS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Purge or Revolution)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간 미국 내 일부 극우 인사들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언론과 만나 “오해”라고 설명, 일단 봉합됐지만 언제라도 다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P 뉴시스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선방했다고 봤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남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남긴 SNS를 그냥 해프닝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많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갖고 있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인 데다 특별검사 수사의 향배에 따라 워싱턴 정계의 태도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친중?’= 잊힐만 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이 언급하는 게 이 대통령이 친중(親中) 성향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이미 10명이 넘는 백악관 인사를 날려버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SNS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썼다. 물론 루머는 9·11 테러에 미국 정부가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등 근거가 희박한 자극적인 이야기만 늘어놔 미국 주류 언론에서는 ‘헛소리’로 치부한다. 문제는 루머의 ‘아이티 불법이민자들이 개·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그대로 인용할 정도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인물로는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석전략가로 일했던 스티브 배넌이 있다. 그는 이재명 정부를 향해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역시 확실하게 밝혀진 근거는 없다. 하지만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애정을 갖고 있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가 있다. 고든 창 변호사, 모스 탄 전 국무부 대사,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 등이 CPAC 행사를 통해 한국의 부정선거 이슈를 제기하기도 했다. 세상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는 이들의 세계관에서 한국은 미·중 사이의 ‘박쥐’ 같은 존재다.

미국 정계와 가까운 한 한국 인사는 2일(현지시간)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통적인 정치인들은 한국 정부와 이 대통령에 대해 극단적 수준의 평가를 하진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대안우파, 극우 성향 인사들이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꽤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재명 정부는 이 같은 미국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많은 부분 오해가 풀렸고, 특히 이 대통령이 외교안보 라인 인사나 정책을 통해 미국 측의 불신을 불식시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대선 직후 백악관이 “한국의 대선은 공정했지만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는 우려한다”는 다소 모순적인 입장을 내놓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 ‘숙청’과 ‘혁명’ 운운했던 상황 등은 모두 이 같은 비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생산된 정보를 트럼프 대통령 측이 받아들여서 벌어진 것으로,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구도를 염두에 두고 한국 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SNS의 여진은 계속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멘토로도 알려진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지난달 27일 워싱턴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새 정부가 정치적 반대자와 종교적 자유 옹호자들을 탄압하는 데 이렇게 과격(radical)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정치·종교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이 숨 막힐 지경”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대해 “오해”라고 언급한 지 이틀 뒤다. 트럼프 SNS의 여진이 계속되는 셈이다. 당장 워싱턴타임스는 통일교 측이 운영하고 있는 매체다. 특검 수사의 칼날이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깅그리치 전 의장의 기고가 나온 셈이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고든 창 변호사, 영 김 하원의원, 미셸 박 스틸 전 하원의원 등이 모두 한국 보수 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고든 창 변호사는 한덕수 전 총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한국의 애국자들, 이제는 한덕수를 보호해야 할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미국 측의 모든 오해가 풀렸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라며 “여전히 미국 정부가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보고 대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병기 특파원
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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